‘강남벨트 무너뜨린 여전사’
24년 만에 야당 승리… 재선 성공
“안전한 스쿨존 설치 등
‘엄마 후보’ 공약 지키겠다”
‘강남 벨트를 무너뜨린 여전사.’ 여당의 텃밭인 서울 강남을에 야당의 깃발을 꽂은 전현희(51)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선거 이틀 뒤인 15일 서울 수서동 캠프에서 만난 전 당선인은 여전히 재킷에 ‘해바라기’를 꽂고 있었다. ‘강남 바라기’를 의미하는 해바라기는 총선 당시 그의 상징꽃이었다. 18대 비례 초선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19대 때 강남을 경선에서 패한 후 다른 지역에 전략공천 하겠다는 당의 제안을 사양하고 불출마했다. 강남을을 향한 외사랑을 4년 만에 쟁취한 것이다. “오늘 당선 인사를 다녔는데 주민들이 ‘이겨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 야당을 찍어도 당선을 한 번도 못해 애를 끓였는데 내가 한을 풀어줬다는 얘기였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뜨거웠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김부겸도 대단하지만 (총선) 최대의 승리는 비례 초선으로 강남을 접수한 전현희”라고 트위터에 올렸을 만큼 그의 당선은 이변이었다.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그를 업어줬다. 전 당선인은 “김 대표가 수도권 전략공천 1호로 공천했지만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극적 승리라서 더 짜릿했던 것 같다”며 “정치의 새 역사를 썼다는 격려로 김 대표가 ‘어부바’ 해주셨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20대 의정활동 청사진을 묻자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심하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총선 당시 ‘엄마 후보’로 공약한 ‘안전한 스쿨존 설치’ 등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어르신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청년 일자리, 여성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어려운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발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국내 첫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로 국회에 입성한 이답게 올바른 보건의료 시스템 구축에도 관심이 높았다. 그는 “의료소송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고 신해철씨 의료사고가 났을 때 자문 요청을 받았다”며 “의사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신뢰받는 집단이 돼야 한다. 의료 감정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18대 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한 그는 20대 국회에선 국토위에서 뛸 생각이다. 전 당선인은 “도시 난개발의 대표적 사례인 세곡동은 교통난뿐 아니라 학교, 어린이집 부족으로 주민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며 “기반시설 조성에 주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전 당선인은 “가장 보수적이고 남성중심적인 곳이 국회와 정당”이라고 꼬집었다. 20대 국회 여성 의원이 51명(17%)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지만 선진국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성평등한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해 선배 여성의원으로 해야 할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 여성 파워가 커지면서 당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아직 부족하다. 여성 정치인들이 중앙무대에서 제역할을 해내도록 주어진 역할을 할 것이다.”
그는 정치인이 된 이유로 소명의식을 첫손에 꼽았다.‘철옹성’ 강남에서 지역주의, 계급주의를 깨고 의미 있는 승리를 한 그는 “강남을은 보수여당이 막대기만 꽂아도 된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의 새로운 풍토를 만드는데 불쏘시개 역할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손학규계로 분류되는데 대해 “정치적 역량이 있는 분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면서도 “저는 계파가 없다. 계파정치는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쉬운 길 대신 어려운 길을 좇아 여기까지 왔다. 제 행로가 정치에 새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마중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