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광화문광장서 세월호 2주기 문화제 열려
빗속에서도 1만2000여명 참석
“세월호 특별법 개정하고 철저히 진상규명하라”
“세월호는 더 살만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
“지금도 어느 창가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웃는 차가운 얼굴들/살려줘요 엄마 아빠/이 죽음의 선실에서 나가게 해 줘요/2년이 지나도 올라오지 못하는 고통의 소리들/진실의 소리들/도대체 세월호는 어디에 가라앉아 있는가...” 송경동 시인이 침통한 어조로 자작시 ‘세월호를 인양하라’를 낭독하자,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몇몇은 숨죽여 흐느꼈다.
세월호 참사 2주기인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주최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약속·행동 문화제’엔 세찬 빗줄기 속에서도 1만여 명의 시민이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유민아빠’로 알려진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 등도 이날 참석했다.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연단에서 “세월호 참사는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 겪은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바로 우리들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운동 중에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하면 ‘다 끝난 거 아니냐’, 또는 ‘너무 지겹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세월호 참사는 사람의 생명이나 안전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문화, 국민이 위험에 빠졌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국가, ‘기레기’라 불린 쓰레기 같은 언론, 진실보다 국가 눈치를 보는 수사기관 등 적폐와 병폐가 압축적으로 표출된 참사”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 양의 아버지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특검 실시, 온전한 선체 인양을 약속한 국회의원들 당선자들이 반드시 약속을 지키게끔 시민 여러분이 채근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래군 416연대 상임위원은 “지금 내리는 비는 별이 된 304명이 약속을 지킨 여러분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비”라며 “이제 ‘416’이라는 새로운 운동이 시작됐다. 세월호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계속 노력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광장을 메운 시민들은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하고 철저히 진상규명하라”, “특별조사위원회 기간 강제 종료 협박 말라” 등 구호를 외쳤다. 또 단원고 2학년 2반 고 남지현 언니 남서현 양의 제창으로 헌법과 인권선언을 낭독했다.
가족들과 함께 인천에서 왔다는 김지혜(35) 씨는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세월호의 시간은 멈춘 것 같아 답답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서령(25) 씨는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의 비극을 잊지 않았고, 함께 슬퍼하고 또 분노하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한국 사회를)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고, 세월호는 그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선 세월호 추모 콘서트, 시 낭독회가 열렸다. 오후 6시부터는 세월호 다큐멘터리 ‘416프로젝트-망각과 기억’가 상영됐다. ‘4·16 세월호참사 2주기 대학생준비위’ 등 5개 학생·시민단체도 서울 마로니에 공원 등지에서 집회와 행진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