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퍼우먼 신드롬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이 신드롬은 필자가 공부하고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던 80년대 초기부터 빠른 붐을 일으켰던 것으로 생각된다. 386 여성 사회인이라면 한번쯤은 이 신드롬에 얽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소위 무엇에나 일등 또는 우등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되어 공부 할 때도 1등, 사회에서도 항상 인정받고, 남자들을 능가한다는 칭찬을 받으며 물불을 안 가리고 일하던 우리 세대. 그러면서도 항상 모범을 추구하기 때문에 부모의 뜻에 따라 제때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낳고, 또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는 등, 항상 모범적으로 사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수퍼우먼이었다. 주위에선 항상 칭찬이 자자했고, 그러다 보니 몸과 마음이 고달프고 힘들어도 더 잘 하려고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불만이 생겨도, 우아하고, 교양 있고, 절대 소심하지 않는 수퍼우먼은 혼자서 삭히며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 나가서는 행여 아줌마라서 집안일 신경 쓰여 일 못한다는 인식을 줄까, 또 그것이 승진에 지장 될까 염려되어 퇴근이 늦어져도 싫은 소리는커녕, 잦은 출장도 마다 않고 그렇게 살았던 우리들... 잦은 출장 뒤엔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이들, 남편에 대한 죄책감... 우린 이러한 악순환의 연속에도 수퍼우먼으로 살아 남으려고 얼마나 발버둥 쳤던가.

그러나 이제는 우리도 안다. 그거 별거 아니라는 것을... 아니, 그 수퍼우먼이라는 것은 실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또 그것이 얼마나 우리를 피곤하게 억압하는 족쇄인지...

수퍼우먼은 필요 없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단 한가지만이라도 재능이 있거나 능력이 탁월하다면 그것만으로도 흡족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내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회인이라면 살림 좀 못한다고 문제될 건 없다. 아니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가정주부라해서 괜히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걱정하거나 일하는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할 것도 없다. 왜냐하면 일하는 사람들이 못하는 것을 대신 잘 할 수 있을 테니까.

필자는 모든 득에는 실이 따르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가서 얻는 사회적 명예, 금전적 수입, 능력 인정 등등의 득이 있다면 또 그 만큼을 잃는 부분도 생긴다. 뭐 하나라도 내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무조건 모든 것을 다 잘할 필요는 절대 없다.

시대가 많이 변했는데도 불구하고 요즘 젊은 후배들을 보면 일부 수퍼우먼 증후군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있다. 뭐든지 너무 잘하려고, 앞서려고 하다 결국은 힘에 부쳐서 심신이 피폐해지고 너무 괴로워한 나머지 모두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좀 솔직해도 되지 않을까. 못하겠다 하는 것은 과감하게 못한다고 하고 도움이 필요한 것은 도와달라고 소리쳐야 되지 않을까. 우리의 잘난 점은 PR하고 우리의 한계는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오나미/(주)나이키스포츠 전략기획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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