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에도 한국여성대회 참가자 1천여명이 뿜어내는 축제 열기는 뜨거웠다.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새벽부터 달려와 서울시청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처음 보는 사이지만 비좁은 공간에 살 맞대고 앉아 함께 춤추고 한마음이 되어 박수치고 감동했다. 광장에서 발산되지 못한 에너지는 연대감으로 승화됐다. 빗속에서 거리 퍼레이드도 함께 치러냈다.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나눠준 보라색 손수건 외에 대회 참가를 위해 단체나 지역별로 피켓, 현수막 등 홍보용품이나 고깔, 머리띠 등을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대전에서 참석한 송서윤 씨는 20년 전 대회 참석 후 올해 두 번째로 참가했다. 현재 본업과 별개로 대전장애인연합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송 씨는 “20년쯤 전 아가씨 때 노동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여성대회에 참가했고, 지방으로 이사 가는 바람에 참가하지 못하다가 이번 대회에 다시 오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송 씨는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20년간 변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여성 노동, 인권, 차별, 특히 서비스업에서 여성을 대하는 모습 등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는 것 같다”며 여성계는 앞으로도 갈길이 멀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여성의전화 강은숙 이사는 수상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다. 뿌듯하기도 했다. KTX승무지부는 고생하고 힘들게 노력해왔는데 (대법원 패소) 결과가 안 좋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분들이 있어서 한국사회의 성평등이 조금이라도 앞당겨질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체명을 ‘지하조직’으로 표기해달라고 요청한 익명의 활동가는 “최근 OECD국가 여성이 일하기 좋은 나라 순위발표에서 우리나라는 꼴지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 여성이 더욱 투지를 보여야 하는데 지금 많이 부족하지 않나. 우리나라 모두 다 무기력해진 분위기인 것 같고 여성 역시 그런 것 같다. 여성대회를 기점으로 여성들이 다시 파이팅하고 일어섰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계수정 상담팀장은 미혼모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함을 알리기 위해 20여명과 함께 참가했다고 말했다. 계 팀장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자신의 아이를 키울 권리가 있다. 미혼모들의 자립을 도울 수 있도록 국가가 정책을 펴야 한다고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계 팀장은 특히 "저출산 문제 해법으로 조선족 유입 같은 다문화정책보다, 국내에 있는 미혼모들을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의 출산 여건이 열악해 아이를 낙태 또는 입양 등으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미혼모 정책으로 입양만 활성화할 게 아니라 여성을 포함한 국민이 어떤 조건에서도 출산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게 국가가 지원해줄 것을 당부했다. 같은 단체 회원 승짱(닉네임) 씨는 “아이를 키우는 모든 여성들이 잘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한다”며 현수막을 흔들어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