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OT서 유사 성행위 묘사, 성추행적인 벌칙 강요
건국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 성적수치심을 부추기는 게임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자 OT 기획단 대표인 학생회장단이 공식 사과했다. 특히 OT 기획단은 사전에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적인 게임을 기획하고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6일 오후 건국대 학생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자신을 ‘16학번 새내기’라고 소개한 한 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이 학생은 최근 신입생 OT에서 유사 성행위를 묘사하고, 성추행에 가까운 벌칙이 있는 게임이 진행됐다고 폭로했다.
‘25금 몸으로 말해요’라는 게임에선 선배들이 몸으로 유사 성행위를 묘사하면, 신입생에게 해당 단어를 맞추도록 했다. 특히 이날 밤 숙소에서 이뤄진 ‘방팅’에서는 게임에서 지면 여학생이 남학생 무릎에 앉아 껴안고 술을 마시는 벌칙을 강요했다.
해당 글을 올린 학생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민망했지만 이해해 보려고 했다”면서도 “누군가 강요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신입생 입장에서 안 하기에는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었다. 정말 싫었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신입생 OT에서 벌어지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사전 교육을 받은 이후에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건국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신입생 OT 기획단은 지난달 25일과 27일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았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가 진행한 해당 교육에선 예비대학과 OT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성희롱·성폭력 사례와 그에 대한 예방의식, 대처방안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번 사건이 논란이 되자 해당 단과대 신입생 OT 기획단 대표인 생명환경과학대 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은 27일 공식 사과했다.
학생회장단은 “성적수치심이 들 수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의 말씀 드린다”라며 “신입생의 입장에서는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한 강요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을 양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학생회장단의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은 잠잠해지기는커녕 재학생들의 항의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건국대 총학생회는 추가 피해사례와 재발방지를 위해 신입생 3200여명을 대상으로 익명 설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교내 양성평등상담실 주관으로 해당 단과대의 모든 오리엔테이션 참가 재학생에게 재발방지 집중교육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