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개월간 고민을 거듭해, 이제 큰 결단을 내렸습니다. 저는 아내의 출산 후 한 달간 아내를 돕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 육아 휴직을 하겠습니다.”
한 남성 의원의 ‘육아휴직 선언’이 일본 정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미야자키 켄스케 중의원 의원(34·자민당)은 내년 2월 첫 아이를 볼 예비 아빠입니다. 올해 초 같은 당의 가네코 메구미 중의원 의원(37)과 결혼해 ‘의원 커플’이 됐죠. 그가 지난 21일 자민당 의회 대책위원회에 육아휴직 의사를 밝혔습니다.
미야자키 의원이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남성의 육아 참여를 향해’라는 글에서는 남편이자 의원으로서의 고민이 엿보입니다.
“저희는 의원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갖고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내가 출산·육아를 하게 되면 정말 힘듭니다. 국회 회기 중이라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신세를 질 수 없어, 도쿄에서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합니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남성의 육아 참여가 필수고, ‘1억 총활약 사회(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최근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 내세운 국정 목표로, ‘50년 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고 모든 국민이 활약할 수 있는 사회’를 가리킴)’를 만들려면 여성의 사회 참여가 필수입니다.
남성의 육아 참여는 지지부진하고 여성에만 육아를 강요하는 풍습에 맞서기 위해, 또 젊은 의원이자 의원 아내를 둔 사람으로서, 저는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의회에는 의원의 육아 휴직 규정이 없습니다. 남성 의원이 육아 휴가를 얻은 전례도 없지요. 여성 의원의 출산 시에만 일정기간 결석할 수 있을 뿐.
미야자키 의원은 일단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날마다 결석계를 내는 방식으로라도 휴가를 얻을 계획입니다.
일본 정계에서는 찬반양론이 분분합니다.
“의원은 일반 직장인과는 신분이나 업무가 다르다. 한 표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는데 그럴 때는 어떡하나.” -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간사장
"남성의 육아 참여는 매우 중요하지만, 국회의원은 타 직업과 조금 다르다“ -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
“휴가 동안 세비를 꼬박꼬박 받겠다면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없다. 의원 활동 중 시간을 내어 업무와 육아를 병행할 수 있지 않을까?” -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
“의원이 직접 육아를 체험하지 않고는 현실에 맞는 효과적인 육아 정책을 만들 수 없다” - 유노키 미치요시 민주당 중의원 의원
“남성 의원도 육아휴직을 해야 한다. 미야자키 의원이 힘써주길 바란다.” - 마루카와 다마요 환경대신
“자각이 있는 의원이 나와 주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윗사람들의 투덜거림을 넘어 바라는 바를 이루기를” - 노다 세이코 전 자민당 총무회장
미야자키 의원은 내년 1월 다른 동료 자민당 의원들과 함께 연구회를 발족, 의원도 일정 기간 육아 휴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의회를 넘어, 일본 사회의 육아 문제에 대한 논의를 더욱 촉진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한국 국회는 어떨까요?
의원의 출산휴가·육아휴직 관련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관련 논의도 부족합니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현역의원 최초로 임기 중 출산을 했고,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현역의원 시절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출산을 한 적 있지요. 하지만 두 사람 다 별도로 출산휴가 등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직무 특성을 고려한다 해도,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모성보호제도조차 편하게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이지요.
다시한번 미야자키 켄스케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유권자에게 혼나는 게 아닐까, 평가에 마이너스가 되진 않을까, 국회의원의 책무를 포기하는 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원이 솔선하여 남성의 육아 참여가 늘지 않는 현실을 바꾸고 싶습니다.”
남성 의원의 육아휴직 선언,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 국회에서도 일·가정 양립에 관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세아 기자 (saltnpep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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