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개 대학 성폭력 상담기구 조사 결과

대학당 연평균 성폭력 사건은 2.48건

전담인력 절반 이상은 기간제 계약직

 

대학 내 성폭력 업무 전담인력 배치율이 1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 박선경
대학 내 성폭력 업무 전담인력 배치율이 1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 박선경

대학 내 성폭력 업무 전담인력 배치율이 1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과반 이상은 기간제 계약직 직원인 것으로 나타나 성폭력 사건 처리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는 지난해 7월 1일~8월 31일 전국 95개 대학 내 성폭력 상담기구 종사자를 대상으로 최근 3년간 ‘대학 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사건 처리 현황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2013년부터 2015년 7월 사이 대학의 성희롱·성폭력 접수 사건 수는 대학당 평균 2.48건으로 나타났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1.18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대학 내 성폭력 업무 전담인력 배치율은 13.7%에 불과했다. 상담원 고용 형태는 정규직 20%, 무기계약직 12.6%, 기간제 계약직 53.7%였다. 담당자의 과반 이상(53.7%)이 기간제 계약직 직원으로 성폭력 사건 처리의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대다수 성폭력 상담기구 종사자들은 행정직원과 조교, 인턴 등의 인력이 없이 상담원이 여러 가지 업무를 병행함으로써 상담과 피해자 보호 업무에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에 놓여 있다. 실제로 성폭력 업무 담당 실무자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전문 인력의 부족’(40.4%)과 ‘과중한 업무’(37.9%)를 꼽았다.

접수 사건을 분석한 결과, 학생 간 사건이 가장 많고, 그다음은 교직원과 학생 간 사건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학부생이 가장 많았으며(49.2%), 그다음이 교수(23.2%), 강사와 대학원생 순이었다. 피해자 역시 학부생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78.9%). 그 뒤를 이어 대학원생(10.5%), 조교(8.4%), 비정규직 직원 순으로 나타났다. 가해자의 학내 지위는 학생, 교수, 강사 등으로 다양하지만, 피해자는 대부분이 학부생이라는 점에서 볼 때, 성폭력이 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행위자와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인 피해자 사이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학내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인 집단이 학부생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주요 피해 형태를 살펴보면, 언어적 성희롱(26.9%), 신체적 성희롱(24.2%), 강제추행(20.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는 단일 피해보다는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성폭력 발생 장소는 뒤풀이 등의 학교 밖 유흥 공간(31.6%)이 가장 많았고, 도서관 등의 학내 공공장소(25.3%), 연구실(20%), MT 및 답사 등 숙박시설(17.9%) 등의 순이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신분 노출, 소문 등의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87.5%)을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를 피하느라 스스로 위축되고 제한하는 대인관계 문제(60%), 학교 시설 이용 제한(46.3%) 등이 그 뒤를 이러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외에도 사실 관계 확인, 증거 자료 확보의 어려움과 수업권 침해로 인한 불이익, 참고인 확보가 곤란한 점, 스스로 혹은 피신고인의 인생을 망치는 것 등에 대한 자책감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대학 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사건 처리 매뉴얼’을 만들어 전국 432개 대학에 지난해 12월 23일 배포했다.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가 제작했으며, 각 대학들의 공통된 성폭력사건 처리 규정 및 실제 사건 처리 절차 등을 바탕으로 현장 실무 경험을 갖춘 대학 내 성폭력 사건 처리 담당자들이 연구진으로 참여했다.

매뉴얼에는 대학 내 성폭력 사건 처리 담당자가 숙지해야 할 △2차 피해 사례 및 사전 방지를 위한 가해자 접촉 금지, 공간 분리 조치 등의 노력 △전화, 온라인 등 상담 시 부적절한 질문 및 적절한 질문 예시 △신고서, 진술서 확보 및 증거 확인 △사건 중재, 심의위원회 구성 및 소집 방법 등이 담겼다.

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교수·학생 간 피해 사례의 경우 △지위 차이에 의한 중재 어려움 △높은 2차 피해 가능성 인지 및 피해자 적극 보호 △학교 내 교수 간 문제로 비화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사실 관계 파악 및 자료 수집 집중 필요성 등 유의점을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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