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떴다” 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이미 유행이 지난 느낌이

들 정도로 누구나 할 것 없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벤처, ‘닷컴

기업’의 열풍에 빠져 있다. 지금은 비록 코스닥이 반토막 나고 벤처

열풍의 끝자락에 서있는 듯하지만, 여전히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닷컴 기업들의 자신을 알리기 위한 경쟁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

다. 몇몇 손 큰 기업들은 TV에 심심찮게 광고를 내고, 그럴 여력이

없는 기업들은 여러 가지 이벤트를 벌이느라 경품을 걸고 ... 배너 광

고와 지하철 광고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비슷비슷한 내용에 회사의 인지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차별을 꾀하고자

하니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의 광고는 은유적으로 성적 소구를 하던 기

존 매체의 광고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적나라하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의 성비가 남6:여4 정도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는 요즘에도 너무

한다 싶은 광고들이 꽤 많이 눈에 띈다.

얼마 전 필자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올라온 얘기를 소개해 보면, “저

는 ○○○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근무하는 여사원입니다... ○○○

의 ‘화이트데이 이벤트’ 광고입니다. 여성의 가슴이 드러나는 옷의

앞섶끈이 풀어지면서 살짝 비치는 위로 ‘두근두근, 300명에게 이벤트

상품 제공, 내 마음을 맞춰봐’ 라는 식입니다. 전에도 ○○○은 그런

식의 광고를 하다가 게시판에 회원의 항의가 올라오고 해서 회원에게

사과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helpdesk앞으로 항의메일이 왔

으나 상부의 지시는 ‘무시하라’입니다. 자기들의 목적은 성 상품화

가 아니고 회원모집이니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항의도 해봤지

만 가입자 수가 늘어나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식으로 무시당했습니

다...(2000-3-4)”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는 독자 분들이라면 이런 유형의 배너광고를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또 하나, 아파트 한 채를 걸었던 경매 전문 사이

트의 경품잔치 광고는 격자무늬로 화면이 지워지면 여성이 비키니를

입고 누워 있고 아파트의 로고가 나오는 식이었다. 격자무늬가 차차

없어질 때마다 드러나는 여성은 마치 아무 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

이게 해놓았다. 이런 광고의 물결은 지하철에서도 계속된다.

“어떤 요구도 들어주는 예쁜 비서가 어디 없을까?- ○○○의 문으

로 들어오십시오.” 이 업체의 다른 광고는 뾰족구두를 신고 누워 있

는 여성의 다리 옆에 “깐깐하기로 소문난 L교수” 라는 캡션이 있고

“리포트 작성으로 담당 교수를 깜빡 넘어가게 만들 수는 없을까”라

는 헤드카피를 붙였다. “물 좋은 곳에서 신나게 놀아보자”라며 바

니걸 복장을 한 미소녀들이 마우스 줄로 남자를 묶어 당기는 한 게임

사이트의 광고는 차라리 애교로 봐줄 정도다.

한 조사에 따르면 ‘배너광고에 관심이 있다’는 대답도 여자가

44.1%로 남자(36.6%)보다 많았고 쇼핑몰 사용자 중 여자의 비율도

27%로 전제 사용자에서 차지하는 비율(20.1%)보다 훨씬 높다고 하는

데(경향 99-5-31) 인터넷에서 실제로 느끼는 성비는 그런 것 같지 않

다. 대상은 무한정인 대중매체이면서도 매체의 소비행태는 익명을 보

장하는 사적인 것이 인터넷의 특성이라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정부의 구호가 무색하게 인터넷의 구석구석마다 사적이

고 은밀한 욕망을 부추기는 내용들이 진을 치고 있다.

19세 CF모델의 섹시한 춤을 노컷으로 다운받게 해 놓은 사이트의 광

고는 ‘이 정도쯤은 드러내도 된다’는 듯 당당해 보이고 포르노 동영

상을 다운받는 데 익숙한 남성들은 회사와 학교의 모니터 앞에 앉아

여성의 몸매와 섹시함을 감상한다. 인터넷 안에서 이런 욕망을 쫓는

행위가 당연한 듯 여기면서 말이다.

성폭력, 성희롱이 법적으로 규제되는 사회인지라 겉으로는 여성을 성

적 대상이 아닌 인격체로 대접을 하면서도 밤이면 단란주점에서 여종

업원과 분탕하게 놀아대거나 요새 신문에 떠들썩한 여러 성추행 사건

들을 보면 인터넷 광고가 왜 성적인 유혹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는지 이

해할 수 있다. 인터넷 광고에 나오는 여성들의 이미지는 ‘노는 애’

와 ‘사귀는 애’를 구별한다는 요새 남학생들의 심리(경향 99-7-27)

의 반영이고 이들에게 인터넷 속의 여성이란 단지 옷 벗기기 게임의

배경화면이자 눈요깃감일 수밖에 없다.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이러한 심리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어쩌

면 지금 한국사회의 인터넷 공간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지도 모르겠

다. 이제서나마 사이버 공간 속 남성문화를 문제 제기하겠다는 ‘시스

터 본드’ 등의 움직임이 다행스럽다.

문현정/21세기 여성미디어 네트워크 매체비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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