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희의 소비자칼럼

 

지난 9월 열린 ‘2015 함께서울 정책 박람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1인 가구 시민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9월 열린 ‘2015 함께서울 정책 박람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1인 가구 시민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주 서대문구 남가좌동, 북가좌동 일대 가재울 지역을 중심으로 마을 공동체를 일구려는 청년들을 만났다. 가재울 지역은 주변에 가까이 있는 대학을 중심으로 대학생 및 청년들의 1인 가구가 많고,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청년 주거지가 밀집해 있지만, 이곳은 잠만 자는 베드타운이라는 인식이 있어, 청년들이 동네에서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대부분 외롭게 살아간다고 한다. 특히 이곳의 많은 청년들은 한 집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사가 잦아, 지역의 커뮤니티를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지만 그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몇몇 청년들이 지역의 청년 커뮤니티를 활성화시켜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그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1인 가구 비중은 24.4%(2010년 기준)로 1985년(6.7%)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고, 2030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1인 가구의 증가 현상은 비단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미국,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으로, 독신가구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거주 형태가 아닌 것이다.

얼마 전 서울시의회는 ‘1인 가구 정책 박람회’를 열고 ‘서울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울시 독신자들에 대해 알아봤다. 그 결과 “서울의 1인 가구는 유럽, 미국 등과 비교할 때 ‘가족을 그리워하는 비(非)자발적 1인 가구’라는 특징을 보인다”고 서울연구원 변미리 미래연구센터장이 분석했다. 즉, “학업이나 직장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지만, 정서적으로는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는 ‘비(非)자발적 독신자’인 셈”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은 구직, 실업, 가족해체,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비자발적 1인 가구가 많아 공공정책의 필요성이 더 높으며, 빈곤과 고립을 해결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변 센터장의 지적처럼, 이들 1인 가구는 심리적·경제적으로 소외돼 있기 때문에 이들을 보듬어주는 노력들이 이뤄지지 않으면 예상하지 못한 사회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점에 가재울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청년들의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가재울 청년들은 1인 가구 청년들의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첫걸음으로, 함께 모여 식사하는 ‘밥상공동체 품앗이’를 기획했다. 1인 가구인 가재울 청년들이 반찬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은 반찬을, 식재료나 디저트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은 식재료나 디저트를,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요리를, 설거지를 잘하는 사람은 설거지를, 요리물품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은 물품을 제공하는 등 공동으로 식사 준비를 하고 함께 식사하면서 가재울 청년들끼리 교류하며 소통하는 ‘밥상공동체 품앗이’를 통해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고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했다.

다음으로는 식사 모임 후에 ‘사람책 품앗이’를 진행하려고 한다. 식사 후에 한 사람씩 돌아가며 매회 1명씩 선정해서 재능 품앗이를 통해 각자 나누고픈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교류하며 관계망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밥상공동체 품앗이’와 ‘사람책 품앗이’를 통해 가재울 지역 청년들의 커뮤니티 활성화를 구축하고 난 뒤에는, 지역의 동네 어르신의 지도로 함께 김장을 하고 동네 독거 어르신들께 배달하기로 하고, 나아가 지역의 경로당과 연계해 공동부엌, 반찬 판매, 재활용품 판매 등의 사업으로도 확대해 지역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기획하고 있다.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가재울 지역 청년들의 용기와 도전에 찬사를 보낸다. 이들 가재울 청년들의 희망을 바라보며 우리 사회의 미래가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기 쉽지 않은 존재다. 함께 더불어 살아갈 때 존재의 이유와 의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농부작가이자 재야사상가인 전우익은 그의 책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에서 ‘혼자만 잘 살믄 별 재미 없니더, 뭐든 여럿이 노나 갖고 모자란 곳을 두루 살피면서 채워주는 것, 그게 재미난 삶 아니껴’라면서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일깨워준다. 더 많은 지역에서 가재울 청년들이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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