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서울광장 일대에서 서울장애인부모회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4월 서울광장 일대에서 서울장애인부모회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무릎과 무릎.’ 무슨 영화제목 같지 않은가. 언뜻 무릎과 무릎을 맞대고 세상을 바꾸는 꿈을 꾼다든가, 또는 무릎과 무릎 사이에 흐르는 묘한 전율 같은 것? 아니다. 너무도 처절한 우리 사회의 이야기다. 지난 11월 초 장애아동시설 건립을 둘러싸고 장애인 부모와 인근 주민들이 서로 무릎을 꿇고 “안 된다”고 부르짖는 모습이었다.

사정은 이렇다. 서울 제기동 성일중 학생 수가 급감해 학교 내 건물 한 개 동이 비게 되었고, 서울시 교육청은 이 건물을 개·보수해 발달장애인직업개발훈련센터(서울커리어월드)를 만들겠다고 결정한 후 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주민들이 절대 안 된다고 막아서 공사가 중단된 것이다.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우리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곳이 없으니 제발 허락해달라고. ‘우리도 무릎을 꿇읍시다. 우리도 무릎 꿇어.’ 장애인직업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마주 무릎을 꿇은 것이다.

글쎄 나도 그곳 주민이 되었다면 이랬을까. 그러나 필자의 가슴은 두근두근, 화를 참지 못해서 진정이 되지 않았다. 왜 무릎까지 꿇으면서 안 된다고 막아서야만 할까. 그들은 장애인이 무섭다는 것이다. 왜? 필자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낯설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장애인들과 같이 살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가끔씩 몽매한 언론이 장애인이 저지른 잘못을 대서특필한 것이 대부분의 일반인이 장애인을 간접적으로라도 접촉한 전부인 것이다.

예컨대 어떤 중증 장애인이 2살 아기를 3층 난간 밖으로 던져 숨지게 했다는 지난해 12월 기사 같은 것들이다. 이런 범죄가 사실은 아무런 장애도 없는 일반 청소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데도 장애가 문제인 듯 기술하는, 진실로 잘못된 기사가 장애인의 인상을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잘못이 너무나 크다. 장애 학생들의 교육은 필요에 따라 분리교육과 통합교육을 적절히 섞어야 한다는 것이 전 세계 시민사회의 상식이다. 즉 장애의 정도에 따른 적합한 교육을 위해 분리해 교육하다가도, 일반 아동들과 섞어 같이 교육해 사회성과 자신감을 기르도록 하고, 그것이 일반 아동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함께 사는 훈련을 시키는 것이 된다는 지극히 타당한 원리인 것이다.

이렇게 교육할 때 장애인에 대한 터무니 없는 오해와 공포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2006년 설립된 유엔 장애인협약은 장애인이 차별 없이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국가가 교육의 책임을 다할 것을 명기했다. 한국도 이 협약에 2008년 가입했다.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는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발달장애 학생 90명에게 바리스타부터 우편 분류까지 다양한 직업교육을 시키는 시설이라는데,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도대체 왜 위험한가. 정말 처절해 보이는 것은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학생들이 접촉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설계 단계부터 성일중학교 학생과 센터를 이용하는 발달장애 학생들이 접촉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고 주민들의 양해를 바라고 있다. 올바른 처사는 물론 아니다.

그런데도 출입구도 다른 장애인센터가 인근에 들어선다고 무릎을 꿇을 정도로 반대해서 공사를 막아서다니, 우리 사회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왜 이렇게도 각박하고 몽매한 것일까. 이번에 필자도 알게 됐다. 통합교육은 물론 분리교육도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서울 25개 구 가운데 8개 구는 특수학교가 단 한 곳도 없다고 한다. 장애 학생들은 일반 학교에 다닐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길고도 긴 등하교를 위해 눈물겹게 고투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에 직업훈련이 필요한 고등학교 1, 2학년 발달장애 학생 2500여 명을 위한 직업교육 시설은 현재 한 곳도 없다.

장애인을 품는 선진국 한국을 만들기 위해 유아 교육, 초등학교 교육부터 획기적인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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