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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웹진(SVW)의 행사에 모인 여성들.

SVW는 뉴미디어에 종사하거나 뉴미디어 학습에 관심을

가진 여성들의 네트워킹그룹이다.

‘실리콘 천장’을 뚫어라

실리콘밸리의 여성들 (상)

정보혁명의 메카, 세계경제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주도하는 미 실리콘

밸리에서 여성들의 위치는? 실리콘밸리 여성들 삶을 2회에 걸쳐 알아

본다. '편집자주'

실리콘밸리의 여성들은 ‘실리콘 천장’을 뚫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실리콘 천장은 직장에서의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

는 이른바 ‘유리천장’을 실리콘밸리 여성들이 자신들의 처지에 적합

한 비유로 살짝 바꾼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정보기술업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너무 부드러우

면 주목받거나 의견이 경청되지 못하고 승진하기도 힘든다. 반대로 너

무 공격적이거나 솔직하면 사람들을 성나게 할 것이다. 내 모든 커리

어에서 이같은 억압을 느꼈고, 이는 거래에서 무서운 억압이 된다”

16년간 실리콘밸리에서 정보기술과 정보기술 마케팅에 종사해 왔고 지

금은 캘리포니아 노바토에 있는 브라이트웨어사의 부사장으로 재직중

인 버벌리 울브리히라는 여성의 말이다. 실리콘밸리 여성들의 경험담

과 생각들이 소개된 캐슬린 멜리뮬카란 여성의 글(http://

www2.computerworld.com/home/print.nsf/all/ 000313f6be)은 첨단기

술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속내를 엿보는 데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정보혁명의 한복판에서 신경제의 가치를 생산하는 실리콘밸리의 여성

들은 산업사회적인 고민에서 그리 자유롭진 못한 것 같다. “실리콘밸

리 문화는 여자들을 아웃사이더로 느끼게 하는, 여자들을 불편하게 하

는 경향과 행동들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버클리대 과학기술 교

수 마리아 린). 독단적인 남성문화, 기업과 투자자 그룹의 공고한 남성

네트워킹 , 눈에 보이지 않는 교묘한 차별, ‘전쟁’과도 같은 엄청난

경쟁상황 사이에서 가족을 포기하고 줄타기 곡예를 해야 하는...이곳에

서도 중역들과 관리인은 거의 백인남성이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정보기술직 여성들을 위한 웹커뮤니티 ‘걸지크’사를 창립한 크리

스틴 한나는 “나 자신이 남성들 사이에서 단지 ‘단 하나’의 여성으

로 자주 ‘뽑혔던’ 게 여성 커뮤니티 걸지크를 세운 이유”라고 밝힌

다. “남성들은 결점을 가질 수 있지만, 여성들은 ‘완전하기’ 위해

날카롭게 연마되어야 한다”(울브리히). 여성들은 감정을 드러내 보이

기보다는 닫힌 문 뒤에서 소리지르거나 우는 게 낫다는 생존전략을 개

발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 팔로알토 소재 레가토 시스템사의 부사장 폴라 캠포라소

는 그러나 이처럼 ‘남성서클’의 한 구성원이 되어야 생존이 가능하

다는 분위기에 동조하지 않는다. “당신은 편안함을 느껴야 하고, 그렇

게 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실리콘밸리에 완고한

기업문화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것이 ‘표준’임을 의미

하진 않는다고 말한다.

22년간 실리콘밸리에서 일해온 캠포라소는 “많은 사람들은 불리함을

인식함으로써 그들 자신의 현실을 창조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따라

서 여성들은 자신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촉각을 곤두

세울 게 아니라, 대신 사람들과 어떻게 성공적인 관계를 이룰까를 생

각하라고 조언한다. 희생자라는 느낌을 갖지말고 이곳에서 자신들의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책임을 지려 할 때 행복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서든 행복감을 위해서든 소수세력인 여성들이

이곳에서 연대해야 한다는 건 절대적이다.

여성들간의 네트워킹 그룹이 중요한 것은, 고립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여성들이 ‘기회의 땅’ 실리콘밸리에서 퇴출 당하지 않기 위한 소극

적 생존전략이란 측면을 넘어 남성적 권력구조를 어느 정도 여성화하

거나 그 권력구조 안에서 공동선택권을 갖기 위한 이유도 크다.

‘여성사업가들과 여성과학기술자집단을 위한 포럼’(FWEWT) 같은

조직은 여성들에게 남성들의 서클에 ‘침투’하는 한편 여성들의 서클

을 만드는 법을 가르친다. 이 포럼은 한 달에 한 번 벤처캐피탈들과

첨단기술사업을 촉진시키는 아이디어를 가진 여성들을 만나게 하고 있

다. 늘어나는 여성 벤처캐피탈리스트중 많은 숫자가 새로운 여성 네트

워크로 들어오고 있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의 베르디안 캐피탈이란

회사는 첨단기술과 의료영역에서 오직 소유주가 여성인 회사나 여성

지향적인 비즈니스에만 투자한다. FWEWT의 책임 디렉터인 데니스

브로소는 “83년 출발 당시에는 실리콘밸리의 여성 벤처캐피탈리스트

가 겨우 6,7명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70명 가량 된다”고 전한다.

이런저런 방법을 모색하면서 여성들은 그들 자신의 새로운 네트워크

가 남성들과 합류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걸 알았다. 벤처회사에 출산

휴가정책을 도입한 한 여성은 “남성 수가 압도적인 첨단기술 벤처회

사들은 출산휴가를 갖지 않으며 이런 걸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말

한다.

하지만 이들이 남성들을 거부하거나 비방하는 건 아니다. “남성들이

여성들을 배제하려 하는 건 아니라고 믿는다. 단지 그들의 정면에 여

성들이 존재하지 않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한 벤처 캐피탈네트

워크의 여성은 “기존의 지배적인 룰과 문화를 바꾸어 가는 게 중요하

다”고 강조한다.(http://www.examiner.com/991024/1024network.html).

'이인화 정보자료실 부장goodal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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