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뮤지컬, 무용, 연극 등
무대 위 분장 책임지는 예술가
“경험 쌓일수록 대우받는 직업”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멘토링 프로젝트 ‘신나는 언니들’의 팟캐스트 강연이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한 녹음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강연에 나선 팟캐스트의 주인공은 분장 디자이너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정수(48) 메인메이크업(main make-up) 대표다. 이 대표는 오페라, 뮤지컬, 무용, 연극 등 다양한 무대를 누비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오페라 아이다, 리골레토, 라보엠 등과 뮤지컬 웨딩싱어, 넌센스, 메노포즈, 넥스트투노멀 등이 있다.
녹화 현장에는 신나는 언니들의 홍보기획단 ‘윈윈(WinWin)’ 3기 단원들이 참석해 멘티로서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전날 늦게까지 공연을 해서 피곤이 겹쳤다”면서도 멘티들의 질문이 시작되자 열정적인 강의로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분장을 늦게 시작했다”는 그는 “결혼 후 서른 살쯤 광고 피디를 하는 친구에게 ‘메이크업아티스트가 굉장히 각광받고 있는 직업’이라는 말을 듣고 시작하게 됐다”고 분장과의 첫 인연을 소개했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젊은 친구들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공부한 이 대표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채용되지 않자 나이를 속이고 일을 시작한 일화도 공개했다.
이 대표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분장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공연을 좋아하는지, 객석에 앉아 리허설을 볼 때 설레는지, 무대 뒤 배우들의 모습이 궁금한지 등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분장 디자이너는 경험이 쌓일수록 대우받는 직업”이라며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많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MBC 마당놀이, 예술의전당 오페라, 세종문화회관 어린이 뮤지컬을 꼭 하고 싶었다”며 “2개는 이루었는데 아직 세종문화회관 어린이 뮤지컬이 남았다”고 자신만의 목표를 공유했다.
잘할 수 있다는 자기 주문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이 대표는 늘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대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인 만큼 신뢰가 중요하다”며 “긴 시간을 함께한 배우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기 때문에 나에게 그냥 맡긴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얼굴이 큰 배우들도 반으로 만들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며 “얼굴을 작게 만들어달라는 얘기를 많이 듣다 보니 터득하게 됐다. 어떤 색을 썼을 때, 라인을 어떻게 그렸을 때 얼굴이 작아 보이는지 연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들은 분장이 끝나고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라는 말을 들으면 제일 기뻐한다”며 청중을 웃게 했다.
팟캐스트 강연을 지켜본 홍보기획단 변예림(21) 학생은 “공연을 관람할 때 배우의 연기만 봤는데 오늘 이정수 디자이너의 강연을 듣고 나니 분장사들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나이가 들수록 더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 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송지효(22) 학생은 “예술계열은 어린 나이에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 생각이 깨지는 계기가 됐다”며 “주변에 분장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권해보고 싶고, 이정수 대표님이 이 일을 정말 사랑하는 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팟캐스트 녹화를 마친 이 대표는 “분장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알리는 기회가 돼서 좋았다. 많은 분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관련 분야를 전공하지 않았어도 저처럼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분장 일을 할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신나는 언니들 팟캐스트 ‘이정수편’은 신나는 언니들 공식 홈페이지(www.sinnaneunmentoring.com)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