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신지체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행 사건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
다. 관련단체 실무자에 의하면, 강릉 김양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관
심이 집중되면서 그동안 묻혀 있던 정신지체 장애여성 성폭행 사건이
하나둘씩 세상에 밝혀지고 있다는 것. 현재 용인 등 4곳에서 여성·시
민단체 상담소로 접수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가 직접 조사
에 나섰다.
용인에서 정신연령 4~5살 정도의 정신지체 장애여성인 A씨(34)가 지
난 가을 같은 마을의 64세와 80세 노인들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것으
로 밝혀졌다.
이를 목격한 마을 여성들이 증인으로 나섰지만, 이후 증언을 번복하
고 있어 고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증인 중 한 명은 이사를 간 상태
고, 나머지 한 명은 남편의 만류로 입을 다문 상태다. 현재 지역 여성
단체와 시민단체 등 12개 단체를 중심으로 대책위원회가 구성돼 대책
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면목동에 사는 정신지체 2급인 B씨(20)는 집 근처 공장에 다니
는 40대 노동자와 떠돌이 노무자 남성 2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들은 어머니가 공공근로에 나가 집을 비운 사이 혼자 있는 피해
자를 여관에 데리고 가 3차례 성폭행했다는 것. 현재 장애우권익문제
연구소 인권센터 측은 피해자 어머니와의 면담 후 가해자를 고발할 계
획이고, 또다시 피해자가 집에 혼자 남겨졌을 경우 성폭행이 재발할
수 있어 현재 강릉 김양이 기거하고 있는 보호시설에 함께 보호하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H시에서 발생한 사건은 피해자가 정신지체 3급인 C씨(30)로, 부모의
친구인 60대 남성에게 중학교때부터 최근까지 15년간 지속적인 성폭력
을 당한 경우다. 재활복지관에서 재활치료중인 피해자가 복지관 교사
에게 “동네 OO아저씨가 바지를 벗기고 이상한 짓을 했다”고 성폭행
당한 사실을 얘기해 사건이 드러나게 됐다.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가해자는 정신지체 1급인 피해자의 남자친구
가 보는 앞에서까지 성폭행을 했고, 이후 그 남자친구는 그 행위를 모
방해 피해자를 놀이터에서 성폭행하기도 했다.
처음 복지관 교사가 경찰에 고발하려고 했지만, 피해자 부모는 성폭
행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고소를 반대해 오다, 현재 상담소에서
위임장을 받아 정확한 날짜를 확인할 수 있는 작년 가을 3차례의 성폭
행에 대해서만 고발한 상태다.
이밖에 서울 근교 한 지역에서도 강릉 김양과 비슷한 사건이 접수돼
현재 경찰에 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측은 앞으로 이같은 정신지체 장애여성들에 대한 성폭행 사건이 계속
드러날 거라 예측하며, 현재 재판중인 강릉 김양 사건이 첫 판례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 판결에 따라 이후 사건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김양 재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또한 관련단체 관계자들은 이러한 사건들이 드러나고 가해자가 구속
되는 것이 세상에 알려짐으로써 앞으로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행에 대
해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이번에 드러난 사건들을 접수한 상담소 측에서는 공통적으로 피
해자 부모들이 고소와 고발을 꺼려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강릉 김
양의 경우 부모가 정신지체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사건의 공개와 공론
화가 가능했지만, 이번 네 사건의 경우 모두 비장애인인 부모들이 사
건 공개를 꺼려한다는 것. 하지만 결국은 피해자들을 부모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그들의 의사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단체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에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강성혜 사무국장은 “피해 장애여성을 보호
하고 있는 부모와 이웃들이 오히려 장애여성의 피해 사실을 자기들의
수치로 여기고 감추려고 하는데, 이같은 사고부터 바뀌는 게 중요하
다”며 장애여성도 한 인간으로 보고 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나서는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