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여사의 NLD 상하원 85% 차지로 압승 예상

대통령 출마 불가 수치 여사, “대통령 위에서 통치” 선언

여전한 군부 영향력, 무슬림 소수민족 등 과제 남아

 

연설 중인 아웅산 수치 여사. ⓒnldofficial.org
연설 중인 아웅산 수치 여사. ⓒnldofficial.org

지난 8일 치러진 미얀마가 25년 만에 치른 역사적인 자유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제1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하고 현 대통령도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선언하면서 50여 년간 지속된 미얀마 군부독재의 종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수치 여사의 NLD는 12일 오전까지 개표 완료된 하원 223석 중 179석(80%), 상원 83석 중 77석(93%)를 차지하며 상·하원 통틀어 85%를 장악했다. 군부가 지지하는 집권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하원 17석, 상원 4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미얀마의 상하 양원은 총 664석 중 4분의 1은 헌법에 따라 군부에 할당되고 소수민족과의 분쟁지역에서 투표가 이뤄지지 않아 총 491석의 주인을 가리게 된다.

미얀마는 1962년 네윈 장군의 쿠데타 이후 줄곧 군부철권 통치하에 있었으며 2011년 퇴역군인을 중심으로 한 민간 정부가 출범하며 개방정책을 취했지만 군부의 통치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미얀마 군부도 11일 총선 결과를 존중하며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약속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로써 53년 만에 처음으로 군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정부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부정권 동안 수치 여사와 NLD는 군부에게 갖은 박해를 받아왔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수치 여사는 15년 이상 가택연금을 당하며 미얀마 민주주의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수치 여사도 이번 선거에서 하원의원에 당선이 확정됐으나 영국인과 결혼하여 자녀들이 영국시민권자인 수치 여사는 가족 중에 외국인이 있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미얀마 법률에 따라 향후 대통령이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치 여사는 선거 직전 “헌법에는 대통령 이상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면서 NLD가 승리할 경우 “대통령 이상의 존재가 되어 정부를 통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수치 여사는 11일 테인 세인 대통령과 민 아웅 흘라잉 육군참모총장, 슈웨 만 국회의장 등 군부정권의 핵심 인사 3명에게 “국가적인 화해를 위해 여러분을 초청하고 싶다”면서 대화를 제안, 적극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군부인사들은 수치 여사의 승리를 축하하며 대화 제의를 수용한다는 답변을 보냈다. 이들의 역사적인 만남은 개표가 모두 끝난 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치 여사에게는 아직 많은 어려움이 남아 있다. 선거와 관계없이 전체 의석의 25%를 군부에 할당하는 법률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으며 국방부와 내무부 등 핵심부터 3곳의 장관 임명권도 여전히 군부가 가지고 있다. 소수 무슬림 종족에 대한 억압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들은 2012년 유혈충돌로 14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으며 이번 총선에서도 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수치 여사 또한 이들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해외 인권단체들은 이 사안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미얀마의 총선에는 해외의 이목도 집중됐다. 미국 정부는 선거 이튿날인 9일 “이번 선거는 미얀마 국민의 승리”라며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년간 미얀마를 두 번이나 방문하는 등 미얀마에 상당한 노력을 쏟은 바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 결과는 “전진을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라 평가하면서도 “앞으로의 행보가 미얀마의 미래를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선거 자체보다 평화적인 정권 이양과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미얀마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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