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 궁합’, 일상에서 가장 중요

깔끔은 스스로 떨고 어질러도

더 편하게 느껴지는 집으로

청소 중독증에서 당장 벗어나라 

남녀 궁합에는 섹스 궁합, 스킨십 궁합, 말 궁합, 음식 궁합 등 수많은 조합이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깔끔 궁합’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차대한 것일 게다. ‘깔끔함을 얼마나 좋아하는가’보다는 ‘어지름을 얼마나 참아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 적합하다.

‘깔끔 궁합’은 같이 살기 전까지는 진짜로 알기 어렵다. 연애 시절에는 아무리 가까워져도 차릴 건 차리고 가릴 건 가리며 깔끔 부리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결혼 후에는 깔끔 궁합이 아주 심각한 난제가 된다. 이건 신경을 건드리고 자존심을 건드리고 어린 시절을 건드리고 거의 본능까지도 건드리는 이슈다. 밥은 외식도 할 수 있고 빨래는 세탁소를 이용하면 되지만 청소란 맡기기도 어렵거니와 일 년 열두 달 365일 계속되는 과제다. 게다가 공간이란 눈에 걸리면서 항상 말초신경을 건드린다.

남자는 어지르고 여자는 깔끔을 떤다는 구분이 꼭 맞을까? 마치 허물 벗듯 어떻게 현관엔 코트, 소파 등엔 상의, 의자 위엔 바지, 침대 위엔 셔츠, 바닥엔 양말을 벗어 던져놓을 수 있느냐, 몸만 살짝 빠져나온 어지러운 침대를 어떻게 견딜 수 있느냐는 것은 여성 전용 멘트이기만 할까? 여자는 어지르고 남자가 치우는 경우가 없을까? 깔끔하지 않은 여자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남자는 없을까? 그렇다면 깔끔 떠는 남자들 때문에 스트레스에 젖어 사는 여자는 또 얼마나 많을까?

누구랑 같이 산다는 것은 ‘깔끔 기준에 서로 익숙해진다’는 뜻이다. 어떻게 맞출까? 나의 지론이라 하면, 첫째 원칙은 ‘깔끔은 스스로 떨어라’는 것이다. 떨고 싶은 만큼 스스로 관리하라는, 자율과 독립의 원칙이다. 둘째 원칙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깔끔 떠는 버릇을 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스스로 피곤해지고 남까지도 피곤하게 만드는 민폐의 버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이나 셋째 원칙이 중요하다. ‘어질러도 근사해 보이라’는 원칙이다. 이왕이면 어질러져 있어 더 편하게, 더 멋지게 느껴지는 집이 되면 더욱 좋다.

온 세상에서 깔끔 떠는 집들이 우리를 괴롭힌다. 광고에 나오는 집, 잡지에 나오는 집, 드라마에 나오는 집은 완벽하게 깔끔을 떤다. 그런데 그들은 절대로 일상의 집이 아니다. 삶이 담긴 집이 아니다. 어질러져 있는 것이 집의 본모습이다. 삶의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 있고, 사는 사람의 성격을 추리할 수 있는 집이 진짜 집이다.

깔끔 콤플렉스, 청소 중독증에서 벗어나라! 깔끔 콤플렉스는 체면 콤플렉스와 통한다. 청소 중독증은 여자를 길들이는 아주 고약한 수법이다. 단언하건대, 남자들이 청소를 해야 했다면 끊임없이 치우고 쓸고 닦고 털고 광내는 청소를 매일매일의 의식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깔끔 떠는 남자들은 자기 스스로 청소하는 법이 없는 사람들이기 십상이다.

부디 매일매일의 청소에서 벗어나라! 그 시간이 아깝고 그 깔끔 강박증이 너무도 억울하다. 대신에 대충 어질러도 신경 덜 쓰이는 구성을 고민하라. 먼지가 올라도 눈에 안 뜨이는 재료를 골라보라. 당신의 흔적으로 집의 여기저기 공간을 어떻게 어질러볼까를 상상하라! 그게 집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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