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적 관점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온 실천적 대안 미디어 여성신문이 창간 27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여성신문은 지난 27년간 한국 여성의 대변지로서 한국 여성의 지위 향상과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외롭고 힘든 길을 뚜벅뚜벅 걸어왔습니다. 앞으로도 성평등한 공정 사회를 위해 더욱 노력하는 여성신문이 되겠습니다. 창간 27주년을 맞아 그 해의 이슈 기사 하나씩 선정, 3편에 나눠 정리해 봤습니다. [편집자 주]
1997.7.18 434호
10. “가정은 부부공동체, 독립적이되 상호 존중을”
여성신문은 한국 최초로 ‘평등부부’란 개념을 만들고 대중화시켰다. 평등부부는 기존 가부장제 사회의 상하 부부관계가 변해야 하는 시대적 당위성을 표방한다. 1994년 세계 가정의 해를 계기로 그해 11월 여성신문과 정무(제2)장관실은 공동으로 평등부부상을 제정, 다음해 1월 20일 ‘제1회 평등부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에 앞서 전문가위원회를 꾸리고 ‘가장 아름다운 부부관계는 상호 존중하는 민주적 관계’라는 전제 아래 5가지 기준을 정했다. 내용은 △누가 의사결정을 하는가 △재산권은 부부 공유인가 △가사노동을 나눠 하는가 △육아 공동책임을 실천하는가 △취미 활동을 함께하는가 등이 그것이었다. 매년 시행한 평등부부상 시상식에선 5~10쌍의 평등부부들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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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0.2 494호
11. “내일 죽더라도 난 오늘 이혼하고 싶다”
“내일 죽더라도 난 오늘 이혼하고 싶다”란 도발적 제목의 기사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건의 발단은 1998년 9월 11일 서울 가정법원 가사합의 3부(재판장 김선중 부장판사)가 70세 할머니 이시형 씨가 90세 남편을 상대로 낸 재산분할·위자료 청구 이혼소송을 ‘해로하시라’는 판결로 기각한데서 비롯됐다. 여성신문은 할머니가 이혼을 택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을 풀어냄으로써 사건을 여성인권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당시 참여연대 박원순 사무처장과 하승수 변호사는 이 할머니의 무료 변론을 자청했고, 여성신문사의 ‘여성인권보호지원사업’이 시작됐다. 할머니는 2000년 9월 5일 대법원 승소판결 후 여성신문에 “이 모든 것이 내 얼굴도 모르면서 날 지켜준 여성들 덕택”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 할머니는 2001년 3월 재산분할을 마무리한 직후 여성신문사를 방문, 자신처럼 어려운 여성들을 위해 써달라며 300만원의 성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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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4.16 521호
12. “내 딸 찾겠다는데 왜 모두 친부편만 들죠?”
진현숙씨의 ‘딸 찾기 투쟁’은 우리 사회에 미혼모 양육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쟁점화한 사건이다. 기사는 1998년 9월 진씨의 동거남이 한 달도 채 안된 진씨의 아기를 한 가정에 입양시켜버린 사연을 다뤘다. 진씨는 재주지법에 ‘유아인도심판청구서’를 제출했지만 “입양된 곳을 친부에게 물을 권리가 재판부에 없다”며 재판 무효판정이 내려진다. 여성신문은 ‘여성인권보호지원사업’으로 진씨를 지원하는 한편 여성의전화와 함께 5인의 공동변호인단을 꾸렸다. 이런 와중에 양부모가 양육포기 의사를 밝혀와 진씨는 아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기사는 크게 네 가지를 환기시켰다. △부계혈통 중심의 사회통념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 △미혼모의 양육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관행의 부당성 △양육책임 회피 미혼부에 대해선 제대 수단이 없다는 점 △사건 해결의 열쇠는 피해 여성 자신의 의지에 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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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6.16 580호
13. 통일로 가는 길에 ‘여성’이 보이지 않는다
2000년 6월 12~14일 평양에서 열린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은 여성들에게 상대적인 좌절감을 안겨줬다. 수행원 130명 중 ‘여성’ 몫으로 할당된 수는 단 1명(장상 이화여대 총장)이었기 때문이다. 기사는 ‘수’의 문제를 넘어 남북통일의 역사적 과정에서 여성의 중요성이 경시됐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고 말한다. 특히 그동안 민간교류를 통해 실제적인 대북지원에 앞장서온 여성경제인의 참가가 전무하고, 여성 통일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았으며, 시민사회단체 대표 8명이 모두 남성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한다. 또한 이우정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수석대표의 말을 인용 “통일 후 여러 사회문제를 예방하고 여성들의 인권이 침해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법·제도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며 이는 여성 내부간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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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9 612호
14. “결혼한 딸도 동등한 후손이다”
여성신문은 2001년 1월 29일 성주 이씨 총제공파, 청송 심씨, 용인 이씨 등의 여성들이 종친회 남성들을 규탄하는 시위부터 ‘출가 여성’ 문제를 다뤘다. 사건은 1997년 경기도 용인 수지 일대가 신도시 개발정책에 따라 땅값이 치솟으면서 남성들이 종원의 자격을 ‘후손’에서 ‘20세 이상 성인 남자’로 종약(宗約)을 변경해 부동산 매각대금을 나눠가진 데서 비롯됐다. 이들이 제기한 소송은 여성단체와 여성신문을 중심으로 ‘부계혈통주의에 제동을 거는 풀뿌리 여성운동’으로 인정받고 사상 첫 대법원 공개변론으로 이어졌다. 대법원은 2003년 12월 18일 전원합의체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후 2005년 3월 호주제가 폐지에 이어 같은해 7월 용인 이씨와 청송 심씨 여성들은 종중 회원 인정판결을 얻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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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8. 16. 688호
15. 장상 국무총리 지명자 인사청문회가 남긴 것은 무엇인가
2002년 이화여대 총장이던 장상 씨가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국무총리 서리로 지명됐다. 시종 비판적이던 당사 한나라당조차도 첫 여성총리 탄생은 환영한다고 밝힐 정도로 우호적이었지만 언론의 적대적 과잉보도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장 국무총리를 둘러싼 이중국적, 아들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등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도덕한 인사’라는 여론몰이가 시작된 것이다. 결국 그는 국회 인준을 얻지 못한 채 낙마했다. 여성신문은 사태의 전 과정을 취재하면서 마녀사냥 식 언론 행태와 남성정치의 관행을 가장 큰 문제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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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4. 4. 720호
16. 예산의 기본은 ‘성(性)’
지은희 여성부 장관의 “성 인지적 예산 분류를 지침으로 만들자”는 발언으로 시작하는 ‘예산의 기본은 성(性)’이란 제목의 기사는 “예산의 기본이기에 성인지적 예산을 어떤 방식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가를 이야기할 때”라고 역설하고 있다. 2001년 이미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여성민우회가 성인지적 예산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2002년 11월 8일엔 여성단체연합이 국회에 청원한 ‘성인지적 예산 분석 및 자료 제출 촉구 결의문’이 국회에서 채택됐기 때문이다. 기사는 “모범 답안이 없기에 각 나라에 맞는 방식으로 성인지적 예산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과 “성인지적 예산에 대한 기초통계는 물론이고 중앙 공무원들이 그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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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6 760호
17.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여성들
여성신문은 2004년 대표적인 가족문화 트랜드를 5개 범주(기러기 아빠, 신세대 시어머니, 남성들의 변화, 주부 CEO)로 나눠 살펴봤다(760~764호). 특히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여성들’ 편에선 결혼 후 반드시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통념이 10년 사이 90.3%(1991년)에서 58.1%로 급락한 현실의 이면을 짚어본다. 저출산의 원인은 만혼과 더불어 여성의 희생만 강요하는 열악한 출산양육환경과 이를 국가가 공동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특히 여성신문은 저출산 정책을 인구문제가 아닌 여성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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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6.10 831호
18. 세계는 지금 ‘돌봄 국가’로 간다
여성신문은 창간 초기부터 저출산·고령화 사회 위기의 돌파구로서 양육과 노인부양 등 이른바 ‘돌봄 노동’의 중요성을 지적해왔다. 기사는 돌봄 노동의 사회화는 돌봄 노동의 포기가 아닌 돌봄 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부여와 돌봄 노동의 방식을 변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부분의 남성들이 돌봄 노동에 서툰 것도 일종의 사회적 장애로 간주해 성장기부터 돌봄 훈련을 커리큘럼화할 것을 주장한다. 기사는 또 “2007년부터 노인요양보장제도가 시행되고 2005년 4월엔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법’이 통과되는 등 정책적으로 나올 것은 어느 정도 나온 상태에서 남은 과제는 관련 정책에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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