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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처음 외국인 산업연수생제도가 생긴 이래 외국인 노동자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보호하는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해 왔다. 특히 전체 외국인 이주노동자 중에서도 여성들은 외국인 노동자이자 여성으로서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외국인 여성노동자의 인권침해 실태와 대책에 관해 2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안산에 거주하는 필리핀 노동자 M씨는 출산을 앞둔 지난해 9월말경 자신의 지하 셋방에서 같은 동네에 사는 한국인 남성에 의해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 남편이 없는 틈을 타 낮에 혼자 있는 M씨를 강간하려 한 가해자는 M씨의 강한 저항에 상처를 입고 도망쳤다. 곧 M씨는 경찰에 신고를 했으나 경찰은 적극적인 사건 처리에 나서지 않았다. 그후 피해자의 집을 기웃거리던 가해자는 필리핀 동료들에 의해 붙잡혔지만, 초동수사에 미비했던 경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임신까지 한 여성을 강간하려 한 흉악범을 그대로 놓아주고 사건을 종결시켰다.

3개월 전 성남에서 같은 공장의 한국인 남성동료 2인에게 필리핀 여성 3명이 구타 및 강간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들 3인의 필리핀 여성이 잠을 자고 있는 숙소에 가해자들이 침입해 마구 때리고 몸을 묶은 채 3명 중 2명을 강간했다. 이후 피해자들은 혜화동의 필리핀 가톨릭 센터에 있는 글렌 신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동대문 경찰서에 신고해 가해자를 구속했다. 현재 피해자들은 센터에서 보호중이고, 가해자들은 1심에서 3년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중이다. 이 사건 외에도 3차례의 강간 미수사건이 있었다고 글렌 신부는 전한다.

이처럼 외국인 여성노동자들은 외국인 노동자로서 겪는 일반적인 인권침해 이외에 여성으로서 겪게 되는 특수한 문제들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성폭력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기관이나 민간 단체는 전무한 상태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99년말 현재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서 온 산업연수생 수는 약 10만명. 그 가운데 여성은 약 3만명 정도로 30%를 차지한다. 또 이들 중 불법체류자가 된 사람은 약 3만명이고, 그 중 여성은 약 8천명 정도다.

한국에서 외국인이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제도는 91년부터 시행돼 현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기협) 연수협력단 주관으로 매년 아시아 10여개 국가로부터 대규모 인력을 수용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소위 기피업종인 3D업종을 담당하면서도 임금체불, 강제적립금, 산업재해, 관리자로부터의 구타와 폭언 등 심각한 인권유린과 침해를 당하고 있어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여성노동자들은 이같은 인권침해 외에도 성추행, 강간 등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성에 비해 임금이 낮고 3D업종의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모성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 외국인 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 정귀순 대표는 “만약 이같은 성폭력과 인권침해의 대상이 제3세계 국가가 아닌, 미국, 캐나다에서 온 여성 학원강사들이었다면 온나라가 떠들썩했을 것”이라며, 한국의 차별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지구촌동포청년연대(KIN)의 김미경 간사는 “특히 성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시아권 여성노동자들도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피해를 당하고도 알리기 꺼려하기 때문에, 조용히 덮어두다 자기네 나라로 가버리는 경우가 많아 드러난 피해 사실도 적고 문제 해결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전한다. 만약 용기를 내서 신고를 하더라도 M씨 사례와 같이 제대로 법적인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게다가 불법체류자일 경우는 신고조차 하기 어렵다. 최근 외국인 노동자 인권침해 문제가 언론에 자주 보도되면서, 노동부에선 인권침해나 불이익을 당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구제조치를 강화할 것과 사건 종결시까지 법무부에 신원을 통보하지 않도록 각 지방노동사무소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이윤주 사무국장은 소송 종결 전까지는 통보하지 않더라도 소송중 출입국관리소에 발각되면 보증인이나 보증금을 내걸어야 일시보호를 해제할 수 있어 완전한 신변보장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는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민원 해결을 위해 신원 통보를 10년 정도 유예하고 있어 사실상 신분 보장을 받고 있다고 전한다.

이 사무국장은 외국인 산업연수생들은 2백만원∼1천만원에 달하는 입국경비를 위해 대부분 빚을 얻은 상태인데,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연수생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받고 월 2만4천원을 관리비 명목으로 중기협 사후관리업체에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문제의 근원인 연수생제도의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전문적으로 이들을 도와줄 곳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상담소가 전국에 30여개가 되지만, 외국인 노동자 수에 비하면 태부족일 뿐만 아니라 여성만의 특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담소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관련단체 실무자들은 여성 영역만 독립적으로 실태조사를 하거나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전체가 보장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여성만을 특화시켜 얘기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고 토로한다.

95년 발족, 현재 26개 회원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 외국인 노동자 인권단체인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는 최근 여성노동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여성팀을 구성할 움직임이다. 한편 한국 남성들의 또다른 피해 집단이 되고 있는 외국인 여성들의 인권보호를 위해서 이제는 여성계도 적극 나서야 할 때라는 게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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