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활약하는 남편들을 보며, 서구 선진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세상’이 우리에게도 다가온 것 같아 흐뭇한 마음이 든다. 주변의 도움 없이 두 아이를 키우며 컨설팅 회사, 광고 회사에 다니느라 발을 동동 구르며 밤을 하얗게 밝힐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매일매일 전쟁 같은 일상을 경험해야 했던 나의 젊은 시절의 일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모든 것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워킹맘들끼리 만나면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지낸다’는 구호 아닌 구호를 외치며 서로를 위로하곤 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KBS

이제 젊은 아빠들이 육아뿐 아니라 가정에서 요리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엄청난 세상의 변화를 느끼며 감동한다. 사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함께 가정을 이룬 것이라면 서로 나누면서 함께 가정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경쟁이 중시되면서 일이 중심이 되고 우선시되고 그래서 많은 경우 가정이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일뿐 아니라 가정도 중요하다는 의식을 가진 젊은 아빠들이 늘어나면서 육아와 요리를 책임지는 남편들이 활약하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그래서 가정의 일을 아빠와 엄마가 함께 나누어서 하는 경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함께 가정 일을 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됐다. 그렇다면 요즘 워킹맘 여성들의 일상은 예전 우리들보다 많이 나아졌을까.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최근 각종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30대 여성들이 해마다 10% 넘게 늘어났으며, 이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다는 발표를 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젊은 ‘워킹맘’들이 잠을 못 자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워킹맘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원없이 잠잘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내게도 잠을 편하게 잘 수 있는 날이 올까’ 싶은 마음으로 30대를 보낸 것 같은데 아직도 많은 워킹맘들이 잠을 푹 자기 어렵다는 통계 결과를 보고 당혹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세상이 변했는데도 말이다.

이는 결국 일과 가정의 문제는 각 가정의 부부의 노력으로만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젊은 시절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같은 선진사회에서는 자녀가 어린 경우 남편이 일찍 퇴근해야 하는 것이 의무라는 TV 방송을 보면서 한없이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과연 저런 꿈 같은 일들을 우리들도 경험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동경했었다. 이러한 일들은 한 개인이나 기업이 개별적으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국가와 사회가 제도적으로 지원할 때 비로소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여성가족부에서 2008년부터 ‘가족친화인증제도’를 도입해 기업의 가족친화경영 문화를 촉진하고 있다. 가족친화인증제도란,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을 촉진하기 위해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 또는 공공기관에 대해 가족친화인증을 수여하는 제도로서 근로자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직장 문화를 개선하고 기업의 보다 적극적인 가족친화 경영을 촉진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다. 2008년 14개 기업으로 시작된 가족친화인증기업이 2014년 현재 956개 기업, 기관이 인증을 받아 유지하고 있다.

2015년부터 가족친화인증 심사원 자격으로 여러 기업의 가족친화경영을 심사하고 있다. 가족친화경영을 하는 기업을 방문하면서 ‘근로자들이 일과 가정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직장 내에서 환경을 조성해줘 사회적 성취도와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업무 몰입도와 직장 만족도가 높아져 회사 경영 성과까지 향상됐다’는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많은 기업이 가족친화인증제도를 취득하는 것이 결국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기업의 참여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