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 주제강연 ‘위기를 경영하라: 위기경영학 서론’

위기관리 빠진 위험관리는 재난 불러

돌봄·내향적 여성 DNA, 위기경영에 적합

 

9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회 아태 W 위기경영포럼에서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가  ‘위기를 경영하라: 위기경영학 서론’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9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회 아태 W 위기경영포럼에서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가 ‘위기를 경영하라: 위기경영학 서론’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가 빠진 위험관리(risk management)는 기회(opportunity)보다 더 큰 위기 속에서 재난에 직면하게 됩니다. 미래를 긍정적으로만 보는 낙관적인 경영자는 더 이상 기업세계에 발붙이기 어려워요. 이제 경영자는 위기관리를 넘어 위기경영에 주목해야 합니다.”

9월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5 아태 W 위기경영포럼’에서 조동성(66·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위기를 경영하라: 위기경영학 서론’이라는 주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강연은 위기경영을 한 단계 더 구체적인 개념으로 정립하고, 위기경영에 적합한 인자를 ‘여성성’과 연결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국내의 대표적인 경영학자인 조 교수는 그동안 경영 일선이나 경영학계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위기관리를 화두로 꺼냈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위험관리는 위기관리와 기회관리를 모두 포함한다. 하지만 그동안은 위기관리가 배제된 채 발전했다. 위기 극복의 노력보다 수익(return)의 극대화만 강조한 탓이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경영자들은 위기(危機)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로 구성돼 있어 위험을 극복하기만 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경영자가 기회 포착에 성공해 큰 수익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발생한 위기가 더 큰 비용(cost)을 가져와 적자를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더 큰 위기 속에서 재난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위기관리가 빠진 위험관리는 기회보다 더 큰 위기 속에서 재난을 만나게 된다. 실제로 1973년 에너지 위기(Energy Crisis), 2001년 윤리 위기(Ethical Crisis), 2008년 금융위기(Financial Crisis) 속에서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몰락했다. 국내에서도 1979년 경제위기와 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 재벌기업이 몰락하고 경영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분석한 위기관리에 대한 학계의 연구 부족이나 경영자의 준비가 소홀한 이유는 4가지다. 경영자들의 생태적 낙관성으로 미래를 긍정적으로만 예측하는 점, 실패 원인을 찾는 것에 비해 성공 원인을 찾는 작업이 매력적인 점, 성공 원인을 찾기 위한 자료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실패 원인 관련 자료는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마지막 원인으로 꼽은 ‘남성 중심적인 환경에서 발전돼 온 경영학’에 관심이 쏠렸다.

조 교수는 “인류의 역사를 보면 남성은 집 밖에서 사냥 등을 맡으며 외향적 유전자(DNA)가 내재화됐고, 여성들은 집 안에서 자녀들을 돌보는 역할을 담당하면서 내향적 DNA를 갖게 됐다”며 “위험관리에서 남성 경영자들이 내향적인 위기관리보다 외향적인 기회관리에 더 집중하게 된 것은 태초 이래 남성이 발전시켜온 DNA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남성들이 주도해온 경제학과 경영학의 위험관리 분야에서 위기관리보다는 기회관리가 주로 다뤄진 것도 남성의 DNA와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9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회 아태 W 위기경영포럼에서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가  ‘위기를 경영하라: 위기경영학 서론’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9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회 아태 W 위기경영포럼에서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가 ‘위기를 경영하라: 위기경영학 서론’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그렇다면 전 세계적인 위기가 계속되는 지금 경영자들은 어떻게 기업을 이끌어야 할까. 또 언젠가 위기가 끝난 뒤에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세계는 어떤 것일까. 조 교수는 경영자들이 위험 속에서 기회만을 추구하는 수익 극대화 일변도의 자세를 버리고 위기관리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수동적인 이미지인 위기관리를 넘어 위기경영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우선 앞으로 다가올 위기경영의 시대에 대해 다섯 가지로 정리해 설명했다. 먼저 위기경영이 일상화되는 시대라고 정의했다. 기업의 경영은 곧 위기경영이고,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영자는 위기경영자라는 설명이다. 위기경영 시대의 두 번째 특징은 위기경영자가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맡는 시대라는 점이다. 최고경영자의 역할은 위기 원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점검해 원인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또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기업 구성원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세 번째는 여성 경영자가 남성 경영자와 대등한 역할을 하는 시대다. 남성이 상대적으로 적합한 기회경영과 여성이 상대적으로 적합한 위기경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지금까지의 경영에서는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적합한 위기경영보다는 남성에게 상대적으로 적합한 기회경영이 강조돼 왔지만 위기경영의 시대에는 위기경영이 기회경영 이상으로 중요하다”며 “여성이 남성과 대등하게 기업의 최고경영자로 우뚝 서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위기경영 개념의 구체화와 위기경영과 위기경영자의 능력을 측정하는 도구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법론적으로 사례 연구뿐만 아니라 통계적 방법론을 사용해 객관적인 결론을 내야 본질에 가까이 접근하고 높은 품질의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아태 W 위기경영포럼 조직위원장을 맡은 조 교수는 ‘메커니즘경영학파’를 구성한 경영학계의 석학이다. 1978년부터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전략과 국제경영 교수로 재직하며 국제지역원 원장과 경영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위원회 위원, 안중근의사기념관 관장, 세계은행 자문 등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장강상학원(CKGSB)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과 중국 간 학문과 경제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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