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시사전망대

새정치 혁신안 당 중앙위 통과

비주류 “혁신이 유신 됐다” 성토

문재인 대표, 독단적 리더십 버려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의에서 박수치고 있다. 이날 중앙위원회의에서는 혁신안이 가결됐다. ⓒ뉴시스ㆍ여성신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의에서 박수치고 있다. 이날 중앙위원회의에서는 혁신안이 가결됐다. ⓒ뉴시스ㆍ여성신문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안이 당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됐다. 당내 비주류 진영은 무기명 투표를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자 퇴장했고 혁신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공천에서 100% 국민 공천단과 결선투표제가 도입됐고, 현행 최고위원제는 폐지됐다.

문재인 대표는 자신의 재신임까지 연계됐던 혁신안이 통과되자 “당 외부를 망라하는 통합의 노력을 기울여서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혁신위 통과 후 당내 갈등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당장 비주류 의원들이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단체 성명을 냈고, 중앙위에 불참한 안철수 의원은 “10월부터 모두가 아파할 구체적 혁신 방안을 내겠다”고 밝히는 등 당 내분이 격화되고 있다.

중앙위의 혁신안 의결로 문재인 대표는 재신임의 ‘1차 관문’을 넘어섰다. 하지만 문 대표가 추석 연휴 전 실시하겠다고 밝힌 재신임 절차의 방법과 시기를 둘러싸고 당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혁신안 통과와 재신임 투표 파동 속에서 문재인 대표는 세 가지 큰 패착을 했다.

첫째, 재신임 카드의 시기를 잘못 정했다. 재신임을 물으려면 지난 4·29 재·보궐 선거 패배 후에 했어야 했다. 안철수 의원은 16일 ‘문 대표께 드리는 글’이라는 개인 성명을 통해 “문 대표가 당 혁신을 자신의 거취 문제로 축소시키면서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신임 투표는 결과적으로 혁신 논쟁을 권력 투쟁으로 변질시키고 말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 대표 스스로도 “재신임을 물으려면 4·29 재·보궐 선거 패배 직후에 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나도 그걸 후회한다”고 했다. 문 대표 측 인사는 “분란을 끝내기 위해 재신임을 제안했는데 그 자체가 분란이 됐다”고 했다. 이런 말들은 문 대표의 상황 판단이 잘못됐고 리더십이 실패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둘째, 국감 중에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것도 잘못됐다. 야당의 입장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실시하는 국정감사는 그야말로 현 정부의 국정 난맥을 철저히 파헤쳐 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최상의 기회다. 그런데 문 대표가 느닷없이 재신임 투표를 제안해 국감의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재신임 투표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버렸다.

셋째, 재신임 투표는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표가 약속했던 것을 스스로 깨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 대표는 지난 2·8 전당대회 직후 당 대표 수락 연사에서 “이 순간부터 우리 당은 무기력을 버립니다. 이 순간부터 우리 당은 분열을 버립니다. 변화의 힘으로, 단합의 힘으로, 위대한 진군을 시작합니다”라고 목청껏 외쳤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혁신안은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했고 재신임 투표는 당의 분열을 가속화시켰다.

이제 문재인 대표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해졌다. 무엇보다 독단적·패권적 리더십을 버려야 한다. ‘이기는 정당과 계파 없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이 구두선이 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문 대표가 재신임 파고를 넘어선다 해도 당 내홍과 분열 상황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범친노계인 정세균 전 대표는 문 대표가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혁신위원인 조국 서울대 교수도 “혁신안 실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표가 재신임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에선 이겨도 지고, 져도 이기는 경우가 있다. 이 대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 떠오른다. 정치에서 제일 좋은 것은 ‘원칙 있는 승리’이고 그 다음은 ‘원칙 있는 패배’이며 가장 나쁜 것은 ‘원칙 없는 승리’라고 했다. 민주주의에선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비주류 퇴장에 개의치 않고 만장일치로 밀어붙여 중앙위 혁신안을 통과시킨 것은 ‘원칙 없는 승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혁신이 유신이 됐다”는 비주류의 성토가 야당의 어두운 미래를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여당도 강하고 야당도 강해야 정치가 바로 서는데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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