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173개국 여성 경제활동 차별 법률 분석
공장, 광산, 운송 등 직종에 ‘여성 금지’ 국가 다수
성차별 최다는 중동… 남편 허락 없이 취직·외출 불가
세계적인 경제대국 미국에는 국가 차원의 육아휴직 제도가 없다. 이란이나 카타르와 같은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는 결혼한 여성이 남편의 허락 없이는 외출이 불가능하다. 남녀차별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이처럼 세계 곳곳에는 아직도 여성의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법률이 존재한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최근 발표한 ‘여성, 비즈니스 그리고 법률 2016’ 보고서는 전 세계 173개국을 대상으로 현재 각국의 법률과 제도가 여성의 경제활동을 얼마만큼 제한하고 있는지를 조사·분석했다. 2년마다 발표되는 이 보고서는 제도 접근성, 재산권, 취업, 직장에서의 인센티브, 금융거래, 소송권, 폭력으로부터 보호 등 7개 분야의 차별적인 법률 조항이나 제도를 다룬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국 173개국 중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법률이 하나 이상 존재하는 나라는 90%에 달한다. 법률적인 장벽으로 인해 여성이 할 수 없는 직업이 생기는가 하면 융자를 받지 못하거나 폭력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런 차별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직업 종류에 있어 여성들의 진출을 제한하는 국가는 100개국에 달했다. 여성이 화물기차 운전이나 광산 업무에 종사할 수 없는 러시아를 비롯한 41개국에서는 일부 공장 업무에 여성이 일하는 것이 금지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여성들이 25㎏ 이상을 들어야 하는 일에 종사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운송업체 배달원으로 일할 수 없으며 예전 영국 식민지였던 일부 국가에는 식민 시절의 법률이 아직도 남아 있어 여성들의 농장이나 공장 취업이 제한되기도 한다.
이란이나 카타르 등 18개국에서는 남편의 허가 없이 외출이 불가능해 취업 자체가 힘든 상황이며, 바베이도스나 이집트, 우간다를 비롯한 32개국에서는 결혼한 여성이 남편의 허가 없이 여권을 신청할 수 없다. 또한 29개국에서는 여성이 밤에 일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으며 30개국에서는 결혼한 여성이 사는 곳을 선택할 수 없다. 19개국에서는 아내가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고 법률에 명시돼 있다.
보고서는 또한 부모의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국가는 전체 조사 대상국 중 절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미국에는 무급 육아휴직만이 존재하며 수리남, 통가, 파푸아뉴기니와 같은 나라에서도 육아휴직을 규정하지 않는다.
보고서는 경제부문뿐만 아니라 여성폭력과 관련된 법률도 조사했다. 가정폭력방지법이 존재하는 나라는 총 127개국으로 극소수에 불과했던 25년 전에 비해 큰 발전을 보였다. 하지만 46개의 나라에서는 여전히 여성들을 가정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률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가정폭력방지법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여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수명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가장 심한 지역은 대부분 이슬람문화권인 중동과 북아프리카였다. 보고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라크, 이란, 시리아 등 11개국을 가장 차별적인 국가로 선정했다. 취업이나 여권 신청, 사업, 공직 등 여성의 사회활동에 남편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법률 조항 때문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여성의 취업이나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법률이 존재한다는 것은 심각한 불평등”이라며 “이는 또한 경제적인 손실이기도 하며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잠재력을 방치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