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모네상스 강신장 대표

모바일 르네상스 시대 선언

고전 500권 선정, 5분 영상으로 압축

‘고전을 읽지 못한 죄책감’ 해소

 

“지난 50년 동안 대한민국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전속력으로 질주해 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앞만 보면서 달려왔지만, 이제 추월의 고속도로 경기는 끝났다.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하는 도로는 추월의 도로가 아닌 초월의 도로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을까.”

자신을 지식프로듀서라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주식회사 모네상스의 강신장(57·사진) 대표다. 강 대표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느끼지 못한 것을 느끼고, 상상하지 않은 것을 상상하기 위해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삶은 남다른 감각과 상상력으로 새로운 생각을 해내기 위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강 대표는 삼성에서 26년간 일한 ‘골수 삼성맨’으로, 삼성경제연구소 시절 경영자들을 위한 온라인 영상지식서비스 ‘세리 시이오(SERI CEO)’를 만든 주인공이다. 재미있는 지식 프로그램을 개발해 경영자 1만여 명이 공부하는 인문학 학교를 창조했다. 비즈니스, 영화, 미술, 음악, 와인,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낸 창조의 핵심 키워드를 제시하며 기업에 문화예술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새로운 놀이터’를 찾아 삼성을 떠난 그는 2010년 헬스케어 기기를 만들어 수출하는 중소기업 ㈜세라젬 사장으로 부임했다. 재임 중에는 몸을 스캐닝한 후 맞춤 마사지를 하는 ‘V3’을 개발했다. 이 기계는 지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후 IGM 세계경영연구원에서 경영자들이 새로움을 보는 방법인 ‘창조력 SWITCH-ON’ 과정을 개발했다. 그에게 ‘창조경영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뭔가 더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는 그는 지난해 2월 모바일 르네상스를 표방한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바쁘게 사느라 ‘나’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나’를 만나고 더 좋은 삶을 꿈꾸도록 돕고 싶다”는 강 대표는 고전 500권의 내용을 각각 5분짜리 영상으로 압축한 ‘고전5미닛’을 만들었다. 인터뷰 중간중간 그가 보여준 5분짜리 영상에는 분명 삶을 통찰하는 강렬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짧은 영상이 남긴 긴 여운과 함께 이야기를 이어갔다.

-모네상스는 어떤 회사인가.

“우리 회사는 ‘지식 리미디에이션(remediation) 컴퍼니’다. 텍스트를 미디어로 바꾸는 일을 한다. 복잡한 지식의 세계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미디어로 변화시켜서 사람들이 쉽게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만들어보니 제일 먼저 내가 너무 좋다. 내가 희열을 느끼는 일을 세상과 나누니 얼마나 보람 있나.”

-한 권의 고전을 5분짜리 영상으로 압축했다. 왜 고전인가.

“고전이지만 현대적 삶을 설명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재료는 고전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말만 그렇게 하지 읽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고전을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종류도 너무 많고, 읽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줄거리는 따라잡지만, 이 책이 주는 통찰력이나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할 힘이 없다. 우리가 책을 읽게 할 순 없지만, 적어도 핵심 내용이 뭔지 알려주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굳이 고전을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고전의 내용과 가치를 담은 짧은 영상을 여러 개 만나면 그중 한두 개는 원작을 읽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현대인들의 삶은 파편화되어 있다. 책 한 권 읽는 게 너무 어렵다. 사람들이 의욕을 내기 힘들다. 영상을 보여주면 지적인 호기심이 발동하면서 책을 찾게 된다. 현대인에게서 멀어진 책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좋은 직장을 마다하고 새롭게 시작한 이유는.

“대기업 임원은 예정된 퇴임을 향해 가는 거다. ‘몇 년이나 더 있겠나’ 싶었다. 또 1만여 개의 동영상을 만들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더라. 뭔가 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내가 끝내야 할 일을 찾아봤다. 세리 시이오에서 몇만 명이 보는 일을 했다면 뭔지 모르지만 온 국민이 볼 수 있는 걸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전 세계가 볼 수 있는 것을 말이다.”

 

강신장 대표는 고전 500권의 내용을 각각 5분짜리 영상으로 압축한 ‘고전5미닛’을 만들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강신장 대표는 고전 500권의 내용을 각각 5분짜리 영상으로 압축한 ‘고전5미닛’을 만들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다시 시작한 셈이다.

“복잡한 내용을 5분으로 압축하는 컨셉튜얼(conceptual·개념적인)한 재능이 있더라. 개념적인 내용을 감각적으로 잡아내는 능력을 살려서 그걸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뭘 해야 하지?’ 아이템을 찾았다. 나와의 싸움을 시작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모네상스만의 강점이 있다면.

“그래픽 타입으로 만들어서 등장 인물을 없앴다. 그래픽 타입의 단점은 제작비가 비싸다는 것이다. 5분짜리 하나를 한 사람의 디자이너가 열흘 동안 잡고 있어야 한다. 장점은 이미지와 사운드, 텍스트만으로 되어 있어서 텍스트만 외국어로 번역하면 전 세계로 갈 수 있는 구조다.”

-왜 5분인가.

“1분은 재미를 전달하기에 충분하지만, 지식을 담기에는 부족했다. 3분은 지식을 전달하기에 충분하지만 사용자와 소통하기에는 모자랐다. 지식과 지혜, 소통이 가능한 메시지를 담기에는 5분이 가장 적당하다.”

-책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

“세계적으로 ‘그레이트북스’ 리스트에 오른 여러 자료를 참고하고, 국내 유수 대학 권장 도서의 내용도 반영해 자문위원들이 500권을 선정했다. 스토리 혹은 지식과 지혜의 원형이 담긴 책, 제목은 들어봤으나 결말까지 접해보지 못한 책, 제목도 생소하지만 지성사에 기념비적인 책, 현대인의 삶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책 등으로 선정했다.”

-‘고전5미닛’에는 어떤 고전들이 들어가 있나.

“오이디푸스왕, 안티고네, 오딧세이아,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고함과 분노, 니벨룽의 노래, 동방견문록, 굶주림, 법구경, 목민심서 등 500개다. 지금까지 300개를 만들었고, 앞으로 200개 남았다. 한 달에 26개를 만든다. 100개 만드는 데 8개월이 걸린다. 내년 4월이면 고전 프로젝트가 끝나고 다음 시리즈에 들어간다.”

-경영자가 인문학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궁금하다.

“10년 전부터 경영·경제를 하다 보니 지치고 공허했다. 인문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영도 사실은 인문과 무관하지 않다. 사람을 유혹하지 못하는 제품이 어떻게 성공하겠나. ‘몽지창’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더 좋은 꿈을 꾸고, 더 현명한 지혜를 가지고, 더 창조적인 사람이 되는 걸 돕는 것이 목적이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한 사업 아닌가.

“돈 많이 안 벌어도 된다. 돈 벌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고, 이 일을 계속 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 결과적으로 돈도 좀 벌면 좋겠지만, 돈이 필요한 이유는 더 많이 만들 수 있어서다. 한 달에 260개를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지식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 텐데. 내가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나 싶다. 하루 한 개 만들어서 누구 코에 붙이나. 죽기 전에 시리즈 100개를 다 만들고 싶다.”

-스스로를 지식프로듀서라고 소개한다.

“사람들이 갈망하는 지식은 딱딱하고 어렵다. 내가 깨달아보니 지식을 잘 가공해서 즐기면 이보다 맛있는 게 없다. 깨달음이다. 달콤한 깨달음에는 지식을 충전하는 쾌감이 있다. 단, 잘 전하면 그렇다. 잘 못 전하는 사람을 만나면 머리만 아프다. 쓸데도 없는 얘기를 왜 이렇게 길게 하는지…. 아주 맵시 있게 잘 가공된 전달자를 만나면 깨닫는 쾌감이 최고다. 지식프로듀서는 깨달음을 쾌감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지식프로듀서는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나.

“나는 지적인 호기심이 강하다. 여러 분야의 지식을 융합해야 한다. 깊이 아는 것보다 얕게라도 넓게 알아야 한다. 또 사람을 보고 마음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우리 모두를 살찌우고 더 좋은 꿈을 꾸게 한다. 근원을 파고 들어가고,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좋게 감각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8월 20일 제23차 윈문화포럼에서 강신장 대표가 ‘내 안의 르네상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8월 20일 제23차 윈문화포럼에서 강신장 대표가 ‘내 안의 르네상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고전5미닛’을 즐기는 방법

모네상스는 다음카카오와 손잡고 동서양의 고전 콘텐츠를 5분짜리 그래픽 영상으로 선보인다. 카카오TV, 카카오페이지 등 다음카카오의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통해 감상할 수 있으며, 카카오톡 채널, 다음 앱 메인 화면에서도 볼 수 있다.

카카오TV(https://tv.kakao.com/channel/3738)에서 ‘고전5미닛’을 검색하면 앙투앙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프란츠 카프카 ‘변신’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백야’ 카뮈의 ‘페스트’ 등 주요 고전 영상 콘텐츠 10화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으며, 카카오TV의 소셜 공유 기능을 활용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에서도 카카오TV에서 제공하는 10편의 무료 영상을 포함한 총 70편의 ‘고전5미닛’ 작품을 볼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의 책 카테고리 내 ‘고전5’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500편까지 확대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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