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들이 성형 조장 등 논란을 빚은 tvN의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렛미인’의 방송 중단을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한국여성민우회, 서울YWCA, 언니네트워크, 여성환경연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등은 4일 오전 11시께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렛미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이들은 신청서 제출에 앞서 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수차례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의 폐해를 알리고 제작진에게 경고 및 요구서를 전달했지만, 아무런 조처가 없고 프로그램 콘텐츠가 널리 유통되고 있으며 시즌6 지원자도 모집 중이다. 이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여성단체들은 지난 6월 ‘렛미인5’가 방영되자 ‘1시간짜리 성형 광고’, ‘성형 조장 방송’이라며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토론회, 캠페인 등을 열었다. 이들은 CJ E&M에 △성형외과 방송 협찬 금지 △출연자의 성형 전후 외모 비교 영상 상영 금지 △출연 의사 자질 검증 △성형 자금 대부업 광고 삭제 등을 요구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여성단체들은 “‘렛미인’은 성형 전후 외모 비교를 통해 성형으로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출연자의 건강이나 성형 부작용 문제는 도외시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정말 심각한 문제는 외모 차별을 성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며 “왜 우리 사회에서 외모가 권력이 되고 여성이 대상화되는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정부의 성형산업 지원이 이런 현상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의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병원은 광고를 할 수 없으나 병원에서 실행하는 상품인 수술명은 고지 가능하고 심지어 프로그램명으로도 사용 가능하다”며 “이는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에 더 많은 광고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올해 시즌 5에 돌입한 ‘렛미인’은 여성의 외모 콤플렉스를 성형수술로 해결해주겠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며 ‘미스 에이전트’, ‘화이트 스완’ 등 유사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그러나 ‘렛미인’이 성형을 조장하며 외모지상주의를 심화시키고 사실상 병원 홍보에 치중한다는 등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협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의 폐해에 우려를 표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협회는 지난 7월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외모로 인해 차별과 혐오가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렛미인'의 폐지를 강력히 주장한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지난해 ‘렛미인4'에 대해 “출연자의5 성형 전 외모를 지나치게 비하하고, 시청자가 출연 의사의 시술 방법·효과 등을 과신하게 하는 내용을 방송했다”며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 ‘렛미인’도 지난달 심의에 올랐으며, 곧 제재 수위가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