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외교’ ‘균형외교’ ‘동맹외교’라는 원칙 준수

원칙을 중시하면서 다른 원칙 훼손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ㆍ여성신문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ㆍ여성신문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 여섯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박 대통령이 70주년 전승절 행사와 열병식을 참관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면서 회담이 이뤄졌다. 양국 정상은 한·중 관계, 한반도 정세, 한·중·일 3국 협력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 및 국제 문제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 상황을 해소하는 데 중국 측이 우리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고, 시 주석은 “현재 한·중 관계는 역대 최상의 우호 관계로 발전했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이는 북한이 핵 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와 같은 군사 도발로 최근에 조성된 남북 간 대화 국면에 찬물을 끼얹지 말라는 주문으로 보인다.

이밖에 두 정상은 6자 회담을 조속히 재개해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해 나간다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더불어 한·중·일 정상회의를 올 10월 말이나 11월 초를 포함한 상호 편리한 시기에 한국에서 개최하자고 합의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는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외교의 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가 분단 70년을 맞아 조속히 평화롭게 통일되는 것이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이 기여할 것이다”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도 잘 묻어나 있다. 분명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다소 이례적이다. 그동안 한국 외교의 기본 축은 한·미 동맹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에서는 통상 ‘실리외교’ ‘균형외교’ ‘동맹외교’라는 원칙이 준수된다. 그런데 어떤 한 원칙을 중시하면서 다른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가령, 실리를 강조한다고 동맹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동맹을 강조한다고 실리를 멀리해서도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의 방중 효과가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런 원칙들의 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하튼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이념과 안보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 외교 지형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한·미·일의 남방 삼각 협력’ 대 ‘북·중·러의 북방 삼각 협력’의 전통적인 양대 전선 축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한·중 정상회담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가져온다고 해도 절대로 흥분해서는 안 된다. 중국이 실제로 북핵 해결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미지수이고, 당장 북핵 국면에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이번 정상 회담의 성과에 너무 도취되지 말고 그동안 최대의 동맹이었던 미국 및 일본과의 우호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미국 동맹국 중 중국 전승 행사에 참석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에 대해 미국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만나 “한·미는 ‘최상의 파트너십(superb partnership)’이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한국이 점차 한·미 동맹보다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미국 분위기는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일본이 이 틈을 노리고 미국에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일 동맹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문제가 많은 아베의 전후 70주년 담화에 대해 “환영한다”는 논평을 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향후 한국이 중국에 기울고 있다는 ‘중국 경사론’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의구심을 씻어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10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큰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파격적인 결과가 도출되면 박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통일 외교의 틀은 공고화될 것이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라는 시에서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어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이처럼 바꿔 놓은 것입니다”라고 읊었다. 지금까지 가지 않았던 길을 가고 있는 박 대통령의 외교가 먼 훗날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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