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의 심리는 크게 세 가지 요인에 의해서 작동하게 된다. 그 첫째는 개인의 타고난 생리적 기질이다. 똑같은 외부의 자극이나 충격에 대응하는 반응이 개인마다 다르게 작동하는 현상을 설명해 준다.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의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는 신경전달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심각한 왜곡 현상을 초래한다.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로부터 정자를 받고 태어난 아이들은 집중력과 동기부여에 필요한 신경 전달 물질인 놀프네프린이 현저히 감소해서 주의력 결핍 증후군(ADHD)을 초래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정서를 관장하는 신경계통의 취약성은 충격적이거나 부정적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그 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마약이나 각종 행위 중독에 빠져들 확률이 높게 나타난다.
둘째는 개인의 심리적 상태이다. 즉, 과거의 충격이나 아픔으로 인해서 사람과의 관계를 회피하거나 진실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게 될 때 건강한 인간관계를 통해서 만족하기보다는 중독성 물질이나 행위를 통해서 자기만족을 추구하려는 집착에 빠질 수 있다.
셋째는 바로 중독의 패턴을 더욱 부추기는 환경과 그 사회의 가치관이다. 술집이 즐비한 한국의 상권 문화에서는 그만큼 술에 대한 유혹이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랜 중독으로 고통받다가 단호한 결심 끝에 회복의 과정을 겪게 될 때 가장 강력한 복병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바로 변하지 않는 그들의 생활환경이다.
한국 사회에서 알코올 중독자들의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술이 한국인의 대인 관계에서 필수적인 매개체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술이 있어야 즐거울 수 있다는 공식이 너무도 팽배해 있어서 술이 없으면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요즘 들어서 하루가 멀다고 사회면 톱을 장식하는 성폭력 범죄가 한국 사회에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가 지금 범람하고 있는 성폭력과 성희롱을 단지 법적, 도덕적 단죄에서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가 성범죄의 뿌리 역시 위에서 열거한 세 가지 요소가 깊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성폭력의 심리 속에는 어렸을 적부터 이성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수치심이 혼합되어서 정상적 관계를 맺기보다는 강박과 집착에 시달리며 결국 폭력적으로 해소할 수밖에 없다고 믿게 된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여성들에 대한 성 상품화 현상의 만연은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기보다는 남성의 욕구를 해소하는 성적 대상 정도로 깎아내리는 무의식적인 가치관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성범죄는 분명히 여성의 인권을 짓밟는 범죄이지만, 단지 처벌 위주의 사후 관리에만 급급하기보다는 성중독에 대한 전문적 평가와 그에 따른 치료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때 성적 수치심은 더욱더 악화하며 그들의 수치심을 잊기 위해서 더욱더 대담한 성적 판타지를 갈구하며 제2, 제3의 여성을 표적으로 노리게 될 것이다.
판결에는 반드시 처벌과 치료 그 두 가지가 필요하다. 그러한 노력은 재범을 방지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많은 긍정적 효과가 있다. 단지중독의 문제를 개인의 수치심이나 절제력의 상실만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서 중독자와 가족들이 하여금 적극적인 치료의 노력을 권장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에서 의술과 행위 중독 치료의 정책이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