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국가 수준 학교 성교육 표준안 내용 보니

남성 성적 충동 당연시… 피해자가 거절하면 된다?

“성차별적이고 시대착오적 내용으로 일관…

교육부, 즉각 철회해야” 여성·청소년단체 거센 비판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성교육 수업을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성교육 수업을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성폭력 대처 방법 생각하기-이성 친구와 단둘이 집에 있을 때 /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학교 성교육 표준안’ 초등학교 3, 4학년 교사용 지도서 중 일부)

‘미혼 남녀의 배우자 선택 요건-여성은 외모를, 남성은 경제력을 높여야 한다’(초등 5, 6학년 8차시)

‘남성은 돈, 여성은 몸이라는 공식이 통용되는 사회 속에서는 데이트 비용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 남성의 입장에서는 여성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원하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데이트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등 24차시 ‘데이트 성폭력의 의미와 유형’)

‘성과 관련된 거절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지 않았을 때 성폭력, 임신, 성병 등 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중등 12차시)

‘남성의 성에 대한 욕망이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충동적으로 급격하게 나타난다.’(초등 1, 2학년 3차시)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현실과 동떨어진 데다 시대착오적인 내용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여성‧청소년‧교육단체들은 연대회의를 만들어 교육부에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2015 교육부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 철회를 위한 연대회의’는 8월 24일 서울시NPO지원센터 주다 교육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성교육 표준안에 따라 진행되는 교원 연수, 시범학교 운영, 연말 평가 등 모든 일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탁틴내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등 20여 곳의 여성‧청소년‧교육단체로 구성돼 있다.

이들 단체는 교육부가 2년 이상 6억원가량의 연구비를 쏟아부은 국가 수준의 성교육 표준안을 만들면서 성교육 전문기관이나 관련 전문가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보수단체와 성소수자 혐오 집단의 입장만을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박현이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기획부장은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10대를 성적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다. 금욕을 강조하면서 성소수자 배제 등 성차별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초·중·고 보건교사들도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지금의 보건교과 내용보다 훨씬 후퇴해 곤혹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대회의가 초·중·고 보건교사 207명을 대상으로 6월 1일부터 8월 20일까지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학교 현장에 부합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표준안’이라는 반응이 39.2%로 가장 많았고, ‘학생들의 문화와 발달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시대착오적인 표준안’이라는 응답도 31.9%에 달했다. 보건교사 10명 중 7명이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퇴행적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교육부가 학교 성교육 표준안 준수 여부에 대해 학생 대상 평가를 시행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보건교사들은 교육 검열이자 교육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현재 초·중·고는 청소년성문화센터가 체험형 성교육을 요청할 때 학교 성교육 표준안과 배치되는 내용을 다루지 말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는 학생들이 성교육을 받을 권리를 해친다는 것이다.

방이슬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성교육 표준안이 성평등 감수성을 길러주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성별 고정관념과 성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성을 임신, 출산을 위한 것으로 서술하고 성적 다양성과 다양한 가족 형태도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