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노인복지, 젠더로 접근하라’ 연재

여성친화적 노인복지 정책 어떻게?

일본, 핀란드, 프랑스 현지 취재

 

일본에선 일하는 시니어를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사진은 ‘여성 노인들의 하라주쿠’로 불리는 스가모 지조도리 상점가 입구에 있는 모찌집 ‘이세야’ 사토 흐미(맨 오른쪽) 사장과 직원들. ⓒ박길자 기자
일본에선 일하는 시니어를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사진은 ‘여성 노인들의 하라주쿠’로 불리는 스가모 지조도리 상점가 입구에 있는 모찌집 ‘이세야’ 사토 흐미(맨 오른쪽) 사장과 직원들. ⓒ박길자 기자
‘고령화 쇼크’가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농촌에선 아기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고, 60대 여성 노인은 경로당 문턱을 넘기도 어색할 정도다. 올해 65세 이상 여성 노인은 385만7000명. 전체 여성 인구(2531만5000명)의 15.2%에 달한다(추계). 한국은 2026년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으며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전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성 노인들의 현실은 암담하다. 유병장수 시대는 열렸는데 모아둔 은퇴 자금은 없다. 노후소득 보장 체계가 기본적으로 소득 활동과 기여금 납부를 전제로 급여가 주어지므로 대다수 여성 노인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65세 이상 노인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안전·건강연구센터장은 “여성 노인의 국민연금 수급률은 남성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더 길기 때문에 빈곤 상태가 오래 이어지고 심화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여성신문이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연재하는 ‘노인복지, 젠더로 접근하라’를 위해 일본과 유럽을 찾은 이유도 고령화 선진국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을 찾자는 이유에서다. 여성친화적 노인복지 정책이 부실한 한국이 고령화 선진국들의 사례를 통해 벤치마킹할 점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우선 2006년 초고령 사회에 세계 최초로 진입한 일본은 노인 문제의 인류학 교과서다. 사회·경제적으로 일본을 닮아가고 있는 우리나라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잘 분석해 노후 준비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일본에선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징수하는 여성 노인부터 패스트푸드점 직원까지 생활 곳곳에서 일하는 시니어를 만날 수 있다. 사회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 노인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의료·간호 시장에선 여성 노인 간호사나 간병사 고용이 늘고 있다. 농촌에서도 여성 노인들이 주축이 된 마을기업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 사례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또 독신 여성 노인이 굳이 실버타운에 들어가지 않고도 이웃과 어울려 살 수 있는 협동 주거 형태가 다양했다. 여성신문 고령사회 자문단에서 활동하는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는 “우리나라 주거 형태는 아파트와 빌라, 단독주택으로 획일화돼 있다. 노년기에 갈 만한 곳도 실버타운, 양로원, 요양원 등으로 천편일률적인 데다 가격도 고가인 데 비해 일본은 선택지가 다양하다”며 “고령자 전용 주택 범주에서 단계별로 운영되는 주거 형태가 30가지가 넘는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의사, 간호사가 상주하는 고령자 전용 주택부터 그룹리빙, 컬렉티브 하우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 노인이 입주할 만한 고령자 전용 주택까지 폭넓다”며 “일본 NPO(비영리법인)들이 지역에 기반해 맞춤형으로 운영하는 주거가 많다”고 덧붙였다.

노인복지 선진국인 핀란드에선 노인 주거 공동체 ‘로푸키리’에 사는 노인들을 만난다. 여성 노인들의 주도로 만들어진 이곳은 노인들이 아파트 설계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식사·청소·빨래·건물 관리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일을 노인들끼리 협동해서 해결하고 있다. 이밖에도 핀란드 사회보험연구원과 사회보장보험청을 방문해 공적연금과 젠더 관점의 연금제도의 필요성을 살펴볼 예정이다.

1864년 유럽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를 맞은 프랑스에서는 노인과 청년이 함께 사는 ‘콜로카시옹(colocation)’ 제도를 통해 노인 고독사와 청년 주거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세대 간 공동주거’로 불리는 콜로카시옹은 최근 국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벤치마킹돼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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