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8일 ‘2015 아태 젠더서밋’
국내외 400여명 연구자 한 자리에
#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에서 시판되던 약품 10종이 판매가 중지됐다. 특히 이 가운데 8종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킨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이 조사한 결과, 의약품 부작용의 원인은 신약 개발 때 남녀의 생리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탓이었다. 신약 개발을 위해 동물실험이나 임상실험을 하는데 관리가 편한 수컷이나 남성만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 안전벨트를 매고 동일한 속도로 주행 중 사고를 당할 경우, 여성과 남성 중 누가 더 부상당할 위험이 클까? 정답은 여성이다. 1997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이 경우 여성이 부상당할 확률이 남성보다 47%나 높았다. 원인은 자동차 안전시스템을 남성을 기준으로 설계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차량 충돌실험 때 사용된 더미, 즉 인체 모델이 일반 남성을 기준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여성은 상대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컸다는 것이다.
오는 26일 세계적인 여성과학자들이 서울에 모여 이 같은 남성 중심적인 과학기술계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여성과 남성 모두를 위한 연구개발 방안을 모색한다.
16일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에 따르면 26일~28일까지 사흘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아태 젠더서밋(Gender Summit)’이 열린다.
젠더서밋은 ‘평등을 통한 더 나은 과학과 혁신(Quality Research and Innovation through Equality)’이라는 주제로 2011년 유럽집행위원회(EC)를 중심으로 조직, 진행되고 있는 행사다. 특히 전 세계 과학기술계의 관심을 반영해 젠더혁신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 젠더혁신이란, 개인과 문화, 과학, 공학의 영역에서 젠더 편견을 제거함으로써 과학기술 및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혁신을 뜻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젠더서밋의 주제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더 나은 과학기술 : 젠더혁신을 통한 사회적 영향 확대’다. 국내에 젠더혁신 개념을 알리고 연구개발 전 단계에서의 성별 차이와 젠더 분석 도입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효과적인 젠더혁신 도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행사에는 400여명의 과학기술자가 모여 R&D, 정책, 인적다양성, 기업·공공부문, 네트워크 등 다양하 분야에서 젠더혁신을 접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론다 슈빙어 미국 스탠포드대 석좌교수의 ‘연구에서의 젠더혁신 이론과 방법론’, 제프리 모길 캐나다 맥길대 의대 교수의 ‘통증의 유전 및 분자 치료에서의 성적 차이점’, 아스트리드 린더 Astrid Linder(스웨덴 국립 도로교통연구소(VTI) 소장의 ‘차량안전에서 운전자 규정’, 진첸 중국 청화대 교수의 ‘중국의 연구혁신에 참여하는 여성 현황’, 로렌 해리턴 미국뉴욕 과학한림원 부원장의 ‘과학기술의 젠더 다양성을 높여주는 공적 및 사적 협력’ 등 세계적 연구자들의 연구결과가 발표된다. 행사 마지막 날에는 젠더혁신 이슈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실천방안이 담긴 ‘서울선언문’이 공표된다.
행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홈페이지(www.wiset.re.kr)와 젠더서밋 홈페이지(gender-summit.com/gs6-about)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