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전력사용량이 급증해 전력난이 심각해지니 함께 아끼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계절이다. 하지만, 올여름엔 절전 캠페인을 벌일 분위기가 아니다. 정부의 전기요금 인하 조치 때문이다.

정부는 전기가 부족하지 않으니 에어컨을 맘껏 쓰라면서 여름철 3개월간(7~9월) 요금을 깎아준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서민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스러운 조치다. 전기요금 인하 혜택이 전기 사용량 상위 30%인 가구에만 돌아가기 때문이다. 경기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없다.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전기요금을 내렸지만 현실은 영 따로 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산업 현장의 각종 기계들이 전기로 가동되며 가정과 상가의 취사 및 난방 연료도 전기로 바뀌는 등 ‘전기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전기 과소비 국가다. 그런데도 전기요금을 인하해 전기를 아껴 쓰게 만드는 유인을 약화시킨 중앙정부에 “에너지 과소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혁신적인 에너지 정책을 마련하고 조례를 제정하는 등 지자체들이 에너지 절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요즘 건물들은 계단을 찾기도 어렵고 이용하기도 불편해 한 층을 오르내리는 데도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서울시 성동구가 제정한 ‘건강친화 건축물 디자인 조례’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보다 계단을 전면에 배치해 계단 사용 빈도를 높이도록 했다. 건물 내·외부에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등 37가지 조건을 지켜 에너지 절약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축물이 지어지도록 한 것이다.

서울시 강동구는 ‘저에너지 친환경 공동주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저에너지 친환경 공동주택 인증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에 따라 인증을 받은 11개 단지 3만3000여 가구는 기존 건물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 가구당 난방비가 연간 240만원 절감되는 효과를 보기도 했으며, 연간 46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절감하고 잣나무 300만 그루를 심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절약 실천이 확산되고 건강도 지켜주는 착한 건축물들이 많이 지어졌으면 좋겠다. 착한 조례가 있으면 가능한 일인데, 조례의 제·개정은 누구나 청구할 수 있다. 남이 해주길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나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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