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임수경 한전KDN 사장

에너지 공기업 첫 여성 CEO

‘강한 엄마 리더십’으로 위기 넘겨

“워킹맘, 선택과 집중으로 버텨라”

‘전력 loT’ 신성장 동력 삼아 성장

 

 

지난해 10월 에너지 공기업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해 화제를 모은 임수경(54·사진) 한전KDN 사장. 임 사장은 한국전산원, LG CNS, 국세청, KT까지 민간과 공공 분야를 두루 거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가다. 어느 영역보다 견고한 ICT 분야의 유리천장을 전문성으로 뚫은 ‘여성 스타’로도 꼽힌다. 그가 요즘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밤낮없이 전국을 뛰어다니고 있다. 새벽 4시 30분 기도로 아침을 시작해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있는 본사와 서울을 오가는 것은 물론, 전국 사업소를 수시로 찾아 현장 직원들을 만난다. ‘현장 행보’는 임 사장이 부임하자마자 불어닥친 조직 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처방 중 하나다. 지난해 일부 임직원들이 납품업체로부터 금품 로비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던 것. 최대 위기를 맞았던 한전KDN이 최근 위기를 딛고 성장가도를 달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달에는 일본에서 1100억원 규모의 태양광 발전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그 중심에 임 사장이 있다.

임 사장은 전국을 발로 뛴 이유에 대해 “직원들에게 조직 쇄신 방향을 설명하고 공감대를 얻기 위해 현황을 공유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소통 과정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게는 위기가 당연히 넘어가야 할 도전 과제였고, 직원들도 회사 상황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반대 없이 조직 쇄신을 추진할 수 있었다”며 “특히 서울에서 나주로 본사를 이전한 것이 한전KDN이 임직원이 함께 위기를 인식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홀로 나주로 부임한 여성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전체 ‘기러기 직원’들을 위한 심리상담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소통을 위한 현장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남성 문화가 강하다고 알려진 공기업, 거기서도 여성 인력이 적은 에너지 공기업의 첫 여성 수장은 ‘강한 엄마 리더십’으로 따스함과 결단력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리더는 어떤 모습일까. 임 사장은 “리더는 기회를 주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사람은 누구나 역량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직원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다면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자리에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죠. 그래도 사람을 키우고, 직원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임직원으로서 보던 회사와 리더로서 보는 회사에도 차이가 있다고 했다. 특히 성장과 공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공기업 CEO의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한 듯했다. “회사에서 직원으로 일할 때는 내 회사라는 생각으로 일했는데, 사장이 돼서는 직원들의 회사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임기 3년 동안 사장 혼자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겠어요. 직원 스스로 비전을 만들어 끌고 가는 회사인 것이죠.”

 

임 사장이 부임한 후 KDN 여성 인재들의 등용도 눈에 띈다. 전체 직원 중 여성은 9.7% 정도다. 이 가운데 본사 여성 간부 직원은 2명에 불과했다. 임 사장은 부임 이후 전문성을 갖춘 여성 인력에게 기회를 주고 간부 직원이 4명으로 늘면서 조직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제가 여성이라고 해도 여성을 발탁하거나 특혜를 주는 것보다는 여성이 성장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여성인력 풀이 적긴 해도 그동안 내부에서 차장급, 과장급으로 성장한 여성 직원들이 있었고, 제가 오면서 ‘여성에게 팀장을 맡겨도 괜찮다’는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여성 관리자가 늘어날 수 있었죠.”

그는 워킹맘 후배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워킹맘은 남성들에 비해 신경쓸 게 참 많아요. 그래서 남성과 똑같은 시간, 똑같이 일하려면 견디기 힘들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업무 시간엔 일만, 집에서는 가정에 충실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가혹한 잣대를 대거나 너무 치열하게 살기 보다는 조금 더 길게 보고 잘 버티길 바래요.”

임 사장은 앞으로 내외부에서 한전KDN에 대해 ‘건강하게 성장하는 모범적인 기업’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공기업 하면 나태하고, 방만하다는 인식이 아직 있는데, 앞으로 전문성을 발휘해 성장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려 건강하게 성장하는 공기업 모델을 만들고 싶어요. 전력과 ICT를 융합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중소기업과 상생해 해외에 함께 진출하면 일자리도 많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전력과 에너지산업, ICT 융합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미래를 만들어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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