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체 이후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 해소해야
본질적인 진보정치 문제 깊이 성찰하고 처절히 반성을
성공한 유럽 중도좌파 정당 벤치마킹 필요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

심상정 대표 체제가 출범했다. 심상정 의원은 지난 13~18일 진행된 정의당 당 대표 선출 결선 투표에서 3651표(52.5%)를 득표해 3308표(47.5%)를 얻은 노회찬 후보를 343표의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심 대표는 지도부 선출 보고대회에서 ‘더 큰 진보정당’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노동당 세력,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와의 4자 협의를 뛰어넘어, 전국에 있는 모든 진보세력을 규합하겠다”고 했다.

그는 내년 총선을 목표로 원내 교섭 단체(20명) 구성을 제시했다. 여하튼 심 대표는 진보진영 재편과 진보정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이라는 목표를 안고 출범했다. 그렇다면 심 대표의 이런 목표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 진보정당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4년 총선에서 예상을 깨고 선전했다. 울산과 경남 지역구에서 두 석을 얻었고, 13.0% 정당 투표 득표율로 무려 8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이어 원내 제3당(10석)의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새천년민주당이 몰락하면서 얻은 성과였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민노당은 진보정치가 지향하는 가치보다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었다. 민노당은 일심회 사건과 그 처리 등을 두고 일어난 갈등으로 당내 민중민주(PD) 세력들이 집단 탈당해 진보신당을 세우면서 당의 세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그런 상태에서 치른 2008년 총선에서 민노당은 정당 득표율이 5.7%로 추락했고, 비례대표도 3명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그 후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의 통합으로 통합진보당이 창당됐지만 그때부터 한국 진보정치의 몰락이 시작됐다. 2012년 총선 직후 통진당 비례대표 후보 선정 부정 선거에 연루된 이석기 의원에 대한 제명이 부결되자 심상정 의원 등이 탈당하여 정의당을 창당했다.

그런데 2014년 12월에 헌법재판소는 북한식 사회주의 이념을 추종하는 통합진보당의 목적·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8:1의 의견으로 해산을 결정했다. 진보진영의 대통합을 전면에 내세워 야권의 한 축을 이뤄 온 통합진보당이 창당 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제 심상정 대표가 이끄는 정의당이 진보진영 통합에 나서게 됐다.

우리 사회에서는 크게 세 종류의 진보가 존재했다. 북한을 무조건 옹호하고 추종하는 ‘종북 진보’.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민생 진보’, 성숙한 민주주의와 복지를 지향하는 ‘민주 진보’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종북 진보도 진보를 표방하면 민생 진보와 민주 진보와 동일하게 취급됐다. 이것이 잘못된 것이었다.

이제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종북 진보는 설 땅을 잃었다. 정의당은 통진당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의당은 진보 진영의 재편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과제로 통진당 해체 이후 진보정치에 대해 갖고 있는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의당은 무엇보다 진보정치가 왜 국민에게 버림받고 있는지 ‘진보 참회록’을 써야 한다. 마치 스쳐 지나가듯이 슬쩍 진보정치의 실패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정치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성찰 없는 혁신으로는 ‘강하고 매력적인 정의당’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심 대표가 밝힌 “밥 먹여주는 진보”는 정의당이 민생 진보의 길을 거침없이 걷겠다는 선언이다. 과거와 같이 이념 논쟁과 계파 갈등에서 벗어나 민생을 책임 있게 살피는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영국 노동당은 1980년대 ‘제3의 길을 표방한 ‘블레어 혁명’을 통해 집권의 기반을 만들었고, 독일 사민당은 1990년대 ‘새로운 중도 노선’ ‘좌파 속의 우파’ 등을 외치면서 독일 통일의 대업을 이뤘던 현직 콜 수상을 꺾고 승리했다. 심 대표가 구상하는 ‘더 큰 진보정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성공한 유럽 중도좌파 정당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여하튼 대한민국 진보진영의 재편을 균형감, 일관성, 그리고 개혁성으로 무장한 여성 정치인 심상정 대표가 추진하고 있다는 것에 큰 기대를 갖는다. “파이팅!! 심상정”을 크게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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