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출시장 규모 4년 새 3배 이상 성장 

추심에 대한 공포 악용한 영업 전략

 

대부업체가 여성을 상대로 그럴듯한 감성마케팅을 동원, 고금리의 덫으로 끌어들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TV에서는 여성 심리를 자극해 대출을 권유하는 대부업체의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의 주 타깃은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여성과 주부, 대학생 등이다. 이들은 대체로 제1금융권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12개 대부업체의 2014년 상반기 여성 신용대출액은 5198억원으로 대출 건수만 16만 건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상위 20개 대부업체 여성 고객이 지난해 2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2010년 700억원이었던 여성 대출시장 규모는 지난해 2400억원 규모로 늘었다.

더욱이 ‘여자니까’ ‘걱정 마세요’ ‘여성 맞춤형’ 등 감성 마케팅을 통해 전달되는 이미지와 달리 실상은 고금리에 쫒기는 형편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정의연대 강홍구 사무국장은 “금융위 실태조사나 대부금융협회 이용자 설문에 따르면 주부는 8~10%가량 꾸준히 고금리 대출 이용자로 집계되고 있다”며 “젊을수록, 또는 남성보다 여성의 상환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맞춤 상품을 내놓은 것일 뿐 정말 여성을 위한 서비스는 딱히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이를 마치 사고율이 적은 기혼 여성에게 자동차 보험료를 낮게 책정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봐서도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듀머니 제윤경 대표는 “대부업체들이 여성들이 착실히 돈을 잘 갚아서 전용 상품을 내놓는 게 아니라, 여성들의 추심에 대한 공포를 악용해 영업을 하는 것”이라며 “여성을 타깃으로 한 대부업체 광고들은 추심시장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만만하다는 계산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결과”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한 대부업체의 ‘대출시뮬레이션’을 이용한 결과, 여성의 경우 최하 임금(150만원 이하)을 선택한 경우에도 자가 거주자는 800만원이나 대출을 해준다고 나왔다. 나이와 성별, 소득수준이 같은 조건에서 주부인 경우 자가 거주자는 300만원, 월세도 300만원을 대출해 준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부업체의 경우 주부 고객에게 공을 들이는데, 대부분 최대 300만원까지 빌려준다. 이는 금감원이 300만원이 넘는 대출 건에 대해 소득을 증빙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제1금융권에 종사하는 여성 문모(30)씨는 “주부들은 살림이나 병원비 등으로 소액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들이 보통 대출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알려지더라도 가족이 도와주는 경우가 많아 전용 상품을 내놓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이런 이유 때문에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여성들이 어린 나이에 빨리 고금리 대출을 접하고 있다”며 “그게 고금리가 되고 장기화되면 신용도가 나빠지고 그러다 보면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학자금에, 취업준비에… 청년들 어쩔수 없이 고금리 대출 이용

국내 청년 고금리 대출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학생 시절부터 학자금 대출은 물론 스펙을 쌓기 위해 과도한 비용을 들여야 하는 청년들은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 더욱 고금리 대출로 몰리고 있다.

강홍구 사무국장은 “신용도가 낮은 청년들이 제1금융권 진입을 차단당하는 상황에서 쉽게 돈을 빌려주겠다는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며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더욱 지속될 것이다. 당장 국민의 절반이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시행하는 햇살론 등 저금리 대출의 경우 청년층의 연령은 29세(군필자 31세)까지며 최근 6개월 내 연체일수가 90일 이하, 최근 1년 내 연체정보 등재 이력이 없어야 한다”며 “극심한 청년 실업과 늦춰지는 결혼 시기를 감안해도 지원 대상 연령이 너무 짧다”고 말했다. 

청년연대은행 토닥 김진회 이사장은 “사회 초년생의 경우 고연봉의 안정적 직장을 다니는 경우가 아니면 월세에 생활비에 학자금 대출까지 빠듯하다”며 “거기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사고 등으로 인한 치료비 등 급작스럽게 돈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고금리 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정의연대 및 청년연대은행 토닥, 청년 유니온 등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지난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설문조사는 서울시 주요 거점과 온라인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이들 단체는 9월께 여성 전용 대출과 부모의 경제 사정이 자녀의 부채에 미친 영향 등 주요 문제 및 주제에 관한 유형별 그룹 인터뷰도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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