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TV·광고까지 여성혐오 판친다

 

Mnet ‘쇼미더머니4’ 중 한 장면. 출연자 송민호의 랩 가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쇼미더머니4’ 영상 캡쳐
Mnet ‘쇼미더머니4’ 중 한 장면. 출연자 송민호의 랩 가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쇼미더머니4’ 영상 캡쳐

대중문화 속 ‘여성혐오’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엔 아이돌그룹 위너의 래퍼 송민호(22)가 쓴 가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파장에도 불구하고 송민호는 그의 SNS에 “더 좋은 음악으로 만회하겠다”는 사과문을 올린 것으로 논란을 마무리 지으려는 모습이다. 송민호의 이러한 행보는 몇 달 전 여성혐오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개그맨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옹달샘)와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송민호가 지난 10일 케이블채널 Mnet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 4’에 출연해 내뱉은 가사 내용은 이렇다.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 가사를 해석하면 ‘여성들이 자신의 앞에서 산부인과처럼 다리를 벌리고 성관계를 원한다’는 뜻이다. 곧장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저급하고 폭력적인 가사에 대해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 “해외 힙합은 더 심한데 유난이다”라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음악평론가 강일권씨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힙합이라고 여성 비하 표현을 쓰는 게 당연한 것은 아니다. 해당 가사들은 굉장히 생각 없이 쓴 질 낮은 가사라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문제 가사를 ‘문제’로 보지 않지 않은 채 거르지 않고 내보낸 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무엇보다 산부인과를 성행위와 연결시킨 왜곡된 시선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아직도 검진을 받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는 젊은 여성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여성들은 이러한 부정적인 사회인식 때문에 부인과 질환이 있어도 참다가 제 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가임기 여성 출산관리 방안 지원 연구’ 보고서를 보면 미혼여성 1314명 중 53.2%(699명)가 생식 건강에 이상을 경험했지만, 이 가운데 56.9%(398명)가 산부인과를 방문하지 않았다.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 것’이라는 부정적인 사회 인식 때문이다.

송민호와 쇼미더머니4 제작진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항의 성명을 발표한 후에야 공식 입장이 내놨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들의 사과를 받아들였지만, 비판 여론은 그대로다.

올해 초 칼럼니스트 김태훈의 ‘무뇌아적 페미니즘’ 발언부터 옹달샘의 여성혐오 발언과 광고에 까지 등장한 여성혐오 단어인 ‘아몰랑’ 까지 대중문화 속 여성혐오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김치녀’로 대표되는 여성혐오성 표현은 이제 일베(일간베스트)뿐만 아니라 온라인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팟캐스트 케이블 TV뿐 아니라 지상파TV에서 조차 아무런 제재 없이 사용되고 있다. ‘여성혐오 없이는 노래도, 개그프로도, 광고도 못 만드냐’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무분별하게 확대 재생산된 여성혐오는 초등학생이 교사에게 “선생님도 김치녀냐”고 묻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아무런 문제없이 쓰이는 여성혐오성 표현에 제동을 걸어야 할 때다. 지난 4월 장동민이 TV 프로그램에 나와 한 여성 출연자에 대해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한다. 내가 싫어하는 걸 모두 갖췄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장동민의 말은 여성 혐오성 발언을 반대하는 이들의 외침이 됐다. 이제 정말 여성혐오와 차별에 맞서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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