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신당의 이면에는 공천이 자리잡고 있어
새누리당 ‘어게인 2008’? 공천 혁명?
그 과정에서 여성이 불이익 당해서는 안 돼

유승민 파동으로 불안정하고 불편했던 당·청 관계가 복원되고 있다. 유승민 사퇴 이후 원유철 원내 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원장이 새로 선출됐고,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상견례를 하면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당·청은 하나다”라고 했고 김무성 대표는 “정부 성공이 당의 성공”이라고 화답했다. 여하튼 이번 청와대 회동을 계기로 단절됐던 당·정·청 소통 채널이 전 방위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를 접견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를 접견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최근 여권 내에서 벌어진 유승민 사태 파문을 접하면서 “대한민국은 대통령제 국가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교과서적 해석에 따르면, 헌법은 “국가의 기본 법칙으로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국가의 정치 조직 구성과 정치 작용 원칙을 정하는 최고의 규범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4장 제1절은 ‘대통령’과 관련된 조항들로 구성돼 있다.

대한민국의 권력구조는 분명 대통령 중심제이다. 이런 대통령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권력 분산이다. 입법-행정-사법 등 3권이 분립되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3권 분립이 깨져 권력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 대통령제는 실패하기 쉽다. 다시 말해, 여야가 함께 행정부를 견제해야 대통령제는 성공하고 건강한 정부가 만들어진다.

대한민국 정치가 실패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제를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각제식으로 운영되고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형적이고 퇴행적인 권력구조 때문이다. 여당은 무조건 정부를 옹호하고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함몰돼 있다. 당연히 대화와 타협보다는 극단과 배제의 정치가 판을 치게 된다.

이런 왜곡된 정치환경에서 모든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몰려 있어 권력을 잡기 위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의 ‘살부 정치’가 도래한다. 여기에 권력 최고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정치는 없고 통치만 있다”고 생각하고, “동지와 충고는 필요 없고 오직 충성과 지시만 있을 뿐이다”라고 외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당 원내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한다면서 사사건건 청와대와 갈등하고 대립하면 “대통령을 이길 수는 없다”.

문제는 대통령이 이렇게 권력을 제왕적으로 운용하면 국정은 필연적으로 실패하고 정치는 실종된다. 집권 초기 대통령에게 힘이 있을 때에는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만 시간이 흘러 대통령의 힘이 급속하게 빠지면 박 대통령의 말대로 ‘배신의 정치’가 엄습한다.

특히, 5년 단임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실제적으로 힘을 쓸 수 있는 기간은 3년 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 시간이 지나면 모든 대통령은 예외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정치적 뇌사상태에 빠진다. 대통령에게 배신자로 낙인 찍혀 물러난 유승민 전 대표는 호시탐탐 복수의 칼을 갈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속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신 임기는 이제 1년 남았어’라고 소리칠지 모른다.

박 대통령은 이런 가능성에 대비해 무리수를 둘지 모른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확보해 퇴임 후 자신을 끝까지 지켜줄 호위무사를 최소 수십 명 두려고 할지 모른다. 박 대통령의 이런 구상의 최대 걸림돌은 김무성 대표다. 김 대표는 지난 13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내년 총선에서 상향식 공천제를 반드시 성사시켜 공천권을 당원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그는 “당내 권력자가 ‘공천’을 무기로 줄 세우기를 하면서 당내 파벌이 만들어졌고, 상명하복 형태의 비민주적인 당론 결정은 당의 체질을 허약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김 대표의 공천권 포기 선언은 “박근혜 대통령도 공천권을 포기하라”는 요구다.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공천권을 둘러싸고 당·청 간에 걷잡을 없는 갈등이 일어날지 모른다. 단언컨대, 당·청 간에 공천 문제가 원활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새누리당은 분당될 수도 있다. 한국 정당사를 보면 분당·신당의 이면에는 늘 공천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공천에서 전권을 휘두르자 박근혜 전 대표는 “국민도 속았고 나도 속았다”고 하면서 공천 파동을 일으켰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친박연대를 향해 “살아서 돌아오라”고 격려했다. 새누리당에서 ‘어게인 2008’이 재현될지 아니면 공천 혁명이 일어날지는 지켜볼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과정에서 여성이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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