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의 열린가족조산원에서 자연주의 출산을 한 여성들이 아기들을 안고 있다.
경기도 부천의 '열린가족조산원'에서 자연주의 출산을 한 여성들이 아기들을 안고 있다. ⓒ여성신문

“가정분만을 한다고? 대단하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   

제가 가정분만을 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저는 우리 ‘호두’를 집에서 낳았습니다. 미혼 시절부터 생각한 거였고 임신 후 실천에 옮겼죠. 제 계획에 의외의 인물이 반대를 하셨는데, 바로 우리 할머니십니다. 본인께서는 아버지와 삼촌들을 집에서 낳으셨는데도 말이죠. 할머니조차 출산은 산부인과에서 해야 한다는 공식 같은 고정관념이 있었던 듯합니다. 

저는 출산을 아기 중심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아기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가장 좋은 곳은 집이겠지요. 처음 나오는 세상이 두려울지도 모르는데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집이라면 아기가 편하고 외롭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처음 만난 세상이 두렵고 외로워서는 안 되잖아요.  

임신은 병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출산은 인위적이기보다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은 아기에게 과한 자극이 너무 많습니다. 낯설고 눈부신 데다가 급하게 씻겨지고 신체 치수를 재고, 주사를 맞고 엄마 아빠랑 떨어져서 신생아실에 보내지는 것은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기한테 가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단단히 결심을 했지만 사실 첫 출산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임신 6개월째 조산원을 찾아 상담을 받았고, 가정분만에 대한 전문 지식도 공부했습니다. 예정일을 하루 정도 지나 토요일 밤늦게 진통이 시작됐습니다. 바로 조산원 원장님이 집으로 왔습니다. 12시간 정도 진통 끝에 다음 날 오후에 우리 호두를 만났습니다. 

우리 호두는 어두컴컴한 방에서 편안하게 태어났습니다. 제 가슴에 올라와서 젖을 물었습니다. 배우지도 않았는데 젖을 찾느라 고개를 흔들고 젖을 찾아 무는 것이 귀엽고 신기했습니다. 제 바람대로 아기는 따뜻한 세상을 맞이했습니다. 어떤 아기는 태내에 있을 때의 일도 기억한다고 하는데, 처음 맞이한 세상을 당연히 기억하지 않겠어요? 전 우리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를 잘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가정분만을 하니 아기보다도 제가 더 좋았습니다. 자주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고, 진통 내내 침대에 누운 상태가 아닌 자유로운 자세와 행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외부인이 없고 가족과 함께하니 환경이 편하고 초산에 대한 무서움이 덜했습니다. 출산 후에도 이동 없이 산후 조리를 하니 편하고 회복도 빨랐고요. 무엇보다 좋은 점은 아기랑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같이 있었기에 애착 형성도 빠르고, 아기의 신호를 금방 알아챌 수 있어서 울리는 일도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정분만의 또 다른 좋은 점은 모유 수유의 성공 확률이 높다는 점입니다. 한의원에 내방한 산모 중에는 모유 수유가 애 낳기보다 힘들다는 분들도 종종 보거든요. 출산 후 빠른 시간 안에 젖을 물리는 것과 아기가 원할 때마다 수유하는 것이 모유 수유를 성공적으로 하는 비결입니다.  

사실 집에서 아기를 낳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병원 출산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에서 집에서 낳겠다고 하면 반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큰 결심이 필요하죠. 무엇보다 엄마가 두려움이 없어야 합니다. 남과 다른 선택을 하는 만큼 준비할 것도 공부할 것도 많습니다. 엄마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가족의 지지가 있어야 합니다. 

가정분만은 건강한 산모만 가능하기 때문에 체중 조절, 운동 등이 필수입니다. 임신성 당뇨, 고혈압, 다태아, 조산 위험이 있다면 집에서 낳기 힘들 수도 있거든요. 가정분만이 누구에게나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산모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산부인과에서 분만을 하는 것이죠. 가정분만의 경우에도 반드시 연계된 산부인과가 있어야 합니다. 가족과 엄마의 선택이지만 최대한 의료의 개입이 적고 엄마와 아기 중심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요즘은 그런 산부인과가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호두를 가정분만하자 남편이 더 뿌듯해했습니다. 아이와의 애착도 특별하고요. 엄마와 아기의 애착만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출산을 같이한 사람 모두가 더욱 공고한 관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아기도 정서적으로 충분히 안정적이어서 더욱 건강하고요. 출산은 늘 특별하지만 가정출산은 그 특별한 일을 더욱 특별하게 합니다. 우리 아이가 더 크면 “넌 집에서 온 가족의 축복을 받으면서 태어났어”라고 말해주려고 합니다.

* 권소라 원장은 대한형상의학회 정회원으로 학회 편집위원과 동의보감연구회 교수를 역임한 10년 차 한의사다. 현재는 경상남도 진주 신안동에 본디올 호두나무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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