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성평등의 어제·오늘·내일을 보다
‘여기’서 성평등의 어제·오늘·내일을 보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7.12.13 11:33
  • 수정 2017-12-13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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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 규모, 여성정책·여성운동 자료 아카이브
도서관이자 박물관이며 미술관인 ‘문화공간’

 

성평등도서관 ‘여기’는 책장이 책상이 되고 책장이 모여 방이 되는 독특한 구조로 설계됐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평등도서관 ‘여기’는 책장이 책상이 되고 책장이 모여 방이 되는 독특한 구조로 설계됐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책장이 책상이 되고, 담이 되기도 하고 여러 책장이 모여 작은 방이 되기도 한다. 높고 낮은 서가에 담긴 책들은 그동안 여성운동가들이 켜켜이 쌓아온 역사이자 미래다. 

국내 첫 성평등 정책 전문 공간인 성평등도서관 ‘여기’(이하 여기)의 모습이다. 14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2층에 문을 연 여기는 한국 성평등의 변화상과 여성정책·여성운동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라는 이름은 시민공모전과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정한 것으로, ‘여성이 기록하고, 여성을 기억하는 공간, 바로 이곳(here)’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도서관은 857.05㎡(259평) 규모로 크진 않지만,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의 여성정책 자료와 여성운동·여성단체·여성기관 자료를 갖췄다. 도서관에 현재 아카이빙된 여성정책 자료는 총 5000여 종이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 언니네트워크 등 여성단체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 등 여성정책 관련 기관에서 기증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유실되거나,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기록되지 못한 성평등 역사를 한데 모은 것이다. 

수많은 자료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보유해온 자료 194종도 있다. 특히 박 시장이 변호사 시절,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 만행과 일본 정부의 법적인 책임을 따지기 위해 시민연대가 추진한 ‘여성국제전범 재판’ 판결문 원본이 눈에 띈다.

 

성평등도서관 ‘여기’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평등도서관 ‘여기’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 자료들은 성주류화·정치참여, 인권·국제연대·평화, 문화·예술·미디어, 폭력·안전·건강, 돌봄·일가정 양립, 노동권·고용평등·일자리 등 영역별로 잘 분류돼 있다. 지역 여성정책 연구기관 자료를 모아놓은 여성정책네트워크, 단체와 개인이 기증한 자료를 한데 모은 기증 서가도 마련됐다. 약 1만 권의 단행본도 서가에 꽂혀 있다.

여기는 자료를 모으고 공유하는 도서관이자, 미술작품과 사진을 즐길 수 있는 미술관이 되기도 한다. 도서관 한쪽 벽은 갤러리로 꾸며졌다. 지금은 개관 기념으로 서울시립미술관에 소장 중인 천경자 화백의 작품 가운데 해외 여행 스케치 작품 26점이 전시 중이다. 한쪽 공간은 여성운동계의 대모로 불리는 고 박영숙 선생의 친필 메모와 스크랩 자료를 모은 ‘고 박영숙 특별전’도 관람할 수 있다. 또 다른 공간에선 시민들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구성된 ‘순간전’도 볼 수 있다. 도서관 가장 안쪽에는 세미나실도 마련돼 있다. 소모임과 토론, 전시 등도 상시로 열릴 예정이다. 

설계를 맡은 강예린 SOA 건축사무소장은 도서관 구조에 대해 “여성들의 역사가 하나하나 축적돼온 것처럼 공간이 이어지면서 모듬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했다”며 “여기는 도서관이자 미술관이면서 박물관 같은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14일 열린 개관식에는 여성정책 전문가와 여성단체 활동가, 일반 시민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 국내 첫 성평등도서관 탄생에 기뻐했다. 1세대 여성운동가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은 축사에서 “성평등도서관은 여성이 사회적 약자 위치에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얻기 위해 노력해온 여성의 역사를 담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지만 유리천장과 같은 제약이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도서관 개관을 계기로 도서관 개관식으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사회적 위치를 이뤄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 중에는 남성들도 꽤 많았다. 서가에서 여성운동 관련 책을 보던 유기천(47)씨는 “아담하고 깔끔한 공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함께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혜정(55)씨는 “늦게나마 이런 공간이 생겨 반갑지만, 아직 서가가 많이 비어 있어 아쉽다”며 “도서관이 앞으로 잘 운영돼 모든 여성이 도서관을 적극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이 낮은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숙진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는 “여기는 여성정책과 여성운동 자료를 모아 여성사의 흐름을 기록·기억하는 곳이자, 시민이 기증한 도서로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며 “앞으로 여성가족 정책 관련 전시와 체험,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성평등 정책 마중물이 되겠다”고 말했다.

 

성평등도서관 ‘여기’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평등도서관 ‘여기’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Tip. 성평등도서관 ‘여기’ 이용하려면?

-자료 검색은 여기 홈페이지(www.genderlibrary.or.kr)에서 할 수 있다. 회원 가입을 하면 자료 열람도 할 수 있다.

-자료를 대출하려면 홈페이지 회원 가입 후 도서관에서 주민등록증 등을 제시하면 된다. 총 3권을 14일간 빌릴 수 있다.

-여성정책이나 여성운동 자료를 기증하고 싶다면, 전화(02-810-5018)나 이메일(seoulwomen@seoulwomen.or.kr)로 문의하면 된다.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다. 휴관일은 일요일과 월요일, 공휴일. 서울시 동작구 여의대방로 54길 18 서울여성플라자 2층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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