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16대 총선이 끝났다. 새로운 정치문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준엄한 심판의 날이 지난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을 중심으로 일정정도 부패·반개혁·반인권 정치인이 ‘낙선’이라는 딱지를 붙이게 되었다. 작금의 정치현실을 고려해 볼 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한편으로는 낡고 부패한 정치를 바꿔보자는 열풍이 어느 때보다 세차게 불었던 이번 총선에서도 여지없이 지역감정으로 울고 웃는 지역이 생겼지만 말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지역구 여성의원 5명을 포함해 16명이라는 한국 정치사상 최다수의 여성의원이 당선되었다. 3%에 머물던 여성의원이 2배 이상 늘어나 정치발전의 커다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는 여성이 더 이상 정치에서 소외된 세력이 아닌, 주체로 참여하겠다는 여성들의 바램이 표현된 것이다. 비록 여성 30% 할당제가 정당법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정당이 이를 지키지 않았지만, 역대 국회에서 최대 수치인 여성의원에 대한 기대는 매우 크다.

그동안 여성정치인의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와 ‘여성의 정치세력화’의 바램이 어우러져 당선된 여성의원이기에 이들이 제16대 국회에서 적극적이고 개혁적인 의정활동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기존의 정치인들과 같이 정치를 흙탕물로 만들지 말고 자신들의 공약을 성실히 정책화하고 제도화하여 신임받는 의원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그들의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통해 여성의 정치참여 비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으면 한다. 그리고 호주제 폐지와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여성 30% 참여 제도화 등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제대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나아가 지역감정을 쫓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화합의 정치를 선도하는 정치인이 되길 바란다.

어쩌면 그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들에겐 안된 말이지만 여성유권자로서 그들의 어깨가 더욱 더 무거워졌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욕심이다. 우리의 욕심에 버금갈 만큼 이들 여성의원들이 힘을 가지고 활동하려면 무엇보다도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하다. 이 버팀목은 바로 우리 여성들이다. 우리 여성 스스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남녀가 동등하게 정치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말이 있다. 더 멀리, 더 높이 나는 여성의원이 되어 우리나라 정치개혁의 튼튼한 초석이 되고,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여 진정한 여성의 대변자가 되어주길 다시 한번 기대한다.

최정아로부터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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