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여성 라디오 ‘우먼스 아워’ 선정 ‘파워 리스트 2015’ 발표
보그 미국판 편집국장 안나 윈투어, 배우 앤젤리나 졸리 피트 뒤이어
가디언·이코노미스트 첫 여성 편집국장 등 언론인 다수 포함

영국 BBC의 여성 라디오 프로그램 ‘우먼스 아워’(Woman's Hour)가 선정하는 ‘우먼스 아워 파워 리스트 2015’의 명단이 발표됐다. ‘우먼스 아워’는 1948년 시작되어 69년의 전통을 가진 대표적인 여성 프로그램으로 2013년 100명의 파워 여성 명단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매년 10명씩의 여성 리더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올해의 키워드는 ‘영향력을 끼친 인물’(Influencer)로 영국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을 선정했다.

 

‘우먼스 아워 파워 리스트 2015’ 1위를 차지한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독립당 당수. ⓒfirstminister.gov.scot
‘우먼스 아워 파워 리스트 2015’ 1위를 차지한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독립당 당수. ⓒfirstminister.gov.scot

2015년 파워리스트에서 1위는 영국의 여성 정치인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독립당(SNP) 당수가 차지했다. 그는 지난 5월 영국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영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이란 별명을 얻은 인물로 그가 이끄는 SNP는 스코틀랜드 지역 59석 중 56석을 싹쓸이하며 지역 정당의 한계를 딛고 제3정당으로 올라선 것은 물론 노동당의 참패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스터전은 2014년 SNP 당수와 동시에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오른 인물이다. 1970년생으로 1999년 글래스고 지방의회 하원의원으로 선출되며 정치에 입문한 후 2007년부터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부총리를 역임했다.

파워리스트 심사위원장인 에마 바넷 텔레그래프 여성판 편집장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스터전의 선택은 대중과 동료 정치인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며 그는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위에 오른 인물은 글로벌 패션지 『보그』의 미국판 편집국장 안나 윈투어다. 영국 출신인 그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보그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2001년 10대판 『틴 보그』 창간에도 앞장섰다. 그는 트레이드마크가 된 단발머리 헤어스타일과 선글라스 패션으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패션지 편집장 역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2008년에는 영국 언론과 패션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영국 왕실이 수여하는 5개 등급 훈장 가운데 네 번째에 해당하는 ‘대영제국 오피서 훈장(OBE)’을 받기도 했다. 파워리스트 심사위원인 브랜드 디렉터 제인 셰퍼드슨은 “윈투어는 무슨 옷을 입고 어떻게 보여야 하며 누가 유명인사(celebrity)인가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 피트가 그 뒤를 이었다. 졸리는 영화배우라는 본업뿐 아니라 영화감독, 작가, 유엔 친선대사로서의 자선활동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할리우드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특히 2013년 유방암 예방을 위한 유방 절제술을 받은 데 이어 2015년 난소절제술까지 받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영국 유방암연구센터에 따르면 졸리의 유방 절제술 고백 이후 유방암 검진을 받는 여성의 수가 배로 증가하는 등 그의 고백은 ‘졸리 효과’라 불리는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4위와 5위에는 최근 언론계와 정계에서 중책을 맡은 두 명이 선정됐다. 6월 1일자로 영국 일간지 『가디언』 최초의 여성 편집국장으로 정식 취임한 캐서린 바이너와 지난 5월 영국 총리 직속의 정책 자문 기구인 ‘넘버 10 정책 유닛’(Number 10 Policy Unit)의 수장이 된 카밀라 캐번디시가 그 주인공들이다.

1997년 가디언에 입사해 2013년 『가디언』 호주판을 창간한 데 이어 최근까지 미국판 편집국장을 역임한 바이너는 가디언 역사상 194년 만에 첫 여성 국장으로 임명됐다. 에마 바넷은 “중책을 맡은 지 수주일밖에 안 됐지만 바이너는 바로 영국 언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윗줄 맨 왼쪽에 1위 니콜라 스터전부터 순위에 따라 시계방향 순으로. 
출처 : BBC 우먼스 아워 웹사이트
윗줄 맨 왼쪽에 1위 니콜라 스터전부터 순위에 따라 시계방향 순으로. 출처 : BBC 우먼스 아워 웹사이트

지난 5월 총선에서 보수당이 집권한 직후 ‘넘버 10 정책 유닛’의 새 수장으로 임명된 캐번디시는 『더 타임스』 출신의 언론인이자 런던 사우스뱅크 지구의 재건을 지휘했던 컨설턴트로도 활약한 인물이다. 선정위원회는 “캐번디시의 아이디어는 총리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전체, 나아가 영국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 밖에도 싱어송라이터이자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상징적인 노란 가발로 하나의 문화현상을 만들어낸 시아 풀러,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에서 성전환 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며 트랜스젠더의 아이콘이 된 케이틀린 제너(전 브루스 제너), 영국 최대의 미디어 에이전시 미디어컴(MediaCom)의 CEO인 카렌 블랙켓,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의 17대 편집국장이자 첫 여성 편집국장인 재니 민튼 베도스, 영국 내 무슬림 여성 커뮤니티 ‘인스파이어’(Inspire) 설립자인 사라 칸이 파워 여성 10명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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