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청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채용공고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청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채용공고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연애, 결혼, 출산, 집, 직장, 관계, 희망, 꿈 등은 사람들의 삶을 구성하는 소중한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청년들이 이것을 포기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들의 현실은 잔혹하고 미래는 불확실하다. 이러한 현실 분석은 청년들을 주눅들게 하고 있으며 그들을 불안과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희망제작소(이사장 박재승, 소장 이원재)는 현실 분석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을 공포와 불안으로 몰고가는 기존의 방법과 달리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고자 『청년이 제안하는 광복 100년 한국 사회』라는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2015년 2월 28일부터 3월 1일까지 진행했던 소셜픽션 콘퍼런스에서 드러난 20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기초 자료로 삼았다. 또한 자료집에는 전문가, 자문, 문헌조사, 활동가 인터뷰 등이 함께 구성됐다.

보고서는 청년들이 현실 불가능한 꿈을 꾼다고 걱정하지 않는다. 공상과학소설이 현실이 된 것처럼, 사회적인 상상은 언젠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노동차별이 없어 어린이가 환경미화원이 되는 것을 꿈꾸는 사회, 좋은 일자리를 측정하는 노동지수는 임금의 많고 적음보다 얼마나 존중받고 사회에 기여하는 가에 달려 있다.

남성 화장실에 설치된 기저기 교체대 숫자가 좋은 일자리의 기준이 된다. 그러기 위해 고등학교 때부터 노동법을 배우고 노사정 간 타협을 실전처럼 연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르웨이에서는 남성들의 육아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아빠의 육아휴직을 의무로 하고 있으며 그것을 실행하지 않을 때 엄마의 육아휴직 기간을 줄이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소개한다.

청년들은 자신들이 복지에서 배제됐다고 말한다. 선별적 복지 때문에 그들은 열악한 주거공간과 형편없는 음식문화 속에 놓여 있다. 현재 많은 청년들은 수입의 60%를 거주비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건강한 소비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가족형태가 있는 마을공동체를 꿈꾼다. 친구와 가족이 되는 프레밀리(프렌드와 패밀리)를 꿈꾼다. 맹인 노인의 손을 잡고 산책을 하는 다문화 어린이들이 있는 세대 간의 공동체를 제안한다.

청년들의 빈곤을 개인의 게으름으로 보는 시각을 바꾸고 사회구조의 문제로 다시 접근하는 보편적 복지를 확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존권이 보장되는 복지가 이뤄질 때 청년들은 더욱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청년들의 참정권을 높여야 하는 꿈을 꾼다. 소수의 엘리트만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청년들의 정치참여는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 보고서에는 단지 청년들의 바람만을 기술한 것이 아니다. 청년들이 제안했던 것을 실현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꿈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스웨덴이 가족 국가로서 복지를 시작했던 시기는 경제공항 시기였다. 삶이 황폐해지고 어려울 때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복지정책을 시작했다. 사회적 안정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나타낸다. 어떤 이는 이것이 실현 불가능한 희망고문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를 무력하게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공포와 불안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꿈을 꾸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 하나 하나 문제를 풀어가는 접근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청년이 제안하는 광복 100년 한국사회』 보고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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