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만능간장’ 구비… 불통 시대 도드라진 소통 능력
쿡방 시대 의외의 매력… 요리의 일상화, 대중화로 시청자 사로잡다

 

된장찌개 같은 흔한 레시피에 사투리가 툭툭 튀어나온다. 멋지다기보다는 옆집 아저씨 같다. 하지만 백종원의 쿡방은 의외의 매력을 발산한다. ⓒtvN
된장찌개 같은 흔한 레시피에 사투리가 툭툭 튀어나온다. 멋지다기보다는 옆집 아저씨 같다. 하지만 백종원의 쿡방은 의외의 매력을 발산한다. ⓒtvN

‘쿡방’ 전성시대라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백종원이라는 인물은 특이한 지점을 점유한다. 즉 그가 선보이는 요리는 레스토랑이나 유명한 음식점에 가야 겨우 맛볼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그건 흔해도 너무 흔한 우리가 늘 먹는 음식들이다. 이를테면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같은. 그래서 누군가는 이런 음식 만드는 걸 뭐하러 방송으로 보고 앉았느냐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흔한 레시피에 사투리가 툭툭 튀어나오고 멋지다기보다는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의 백종원이 하는 쿡방은 의외의 매력을 발산한다. 도대체 이 평범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이는 아저씨의 대체 불가 매력은 어디서 나올까.

첫째는 뭐니 뭐니 해도 소통 능력에서 나온다. 백종원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쿡방을 하며 올라오는 댓글에 일일이 반응해준다. 좋은 댓글에는 우쭐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비판적인 댓글에는 뾰로통한 심사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체로 댓글이 하는 이야기들에 경청하고 잘못에 대한 지적에는 그것이 얼토당토하지 않다고 해도 일단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백종원이 가진 이 소통 능력은 요즘처럼 불통으로 달려가는 현실에서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대중이 쿡방에 앞서 먼저 백종원에게 마음부터 여는 이유다.

둘째는 역시 요리다. 그는 누구나 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요리를 소재로 그걸 더 맛있게 해 먹는 자기만의 요리 비법들을 숨기지 않고 다 알려준다. 그래서 그가 tvN ‘집밥 백선생’을 통해 알려준 ‘만능간장’은 이제 집집마다 한 통씩은 마련된 비법이 됐고, 그가 가르쳐준 양파를 오래 익혀 만든 카레 비법 역시 좀 더 맛좋은 카레를 만들어내는 노하우로 자리하게 됐다. 요리에 대한 이런 자세는 백종원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열린 마인드의 소유자인가를 드러낸다. 그는 요리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이라고 설파한다.

최근 들어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자기만의 콘텐츠와 그 콘텐츠를 공감시키는 소통 능력이라고 할 때, 백종원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진 인물이다. 그의 콘텐츠는 요리고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요리의 일상화를 현실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지점이 만나는 곳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건 ‘여성성’이다. 요리와 소통능력, 어찌 보면 여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던 것들을 백종원은 이제 누구나 다 해야 마땅한 것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대중, 특히 여성들의 마음을 백종원이라는 인물이 사로잡은 건 당연한 일이다. 그는 여성들의 전유물(혹은 여성들의 일)로 여겨져 온 요리를 이제는 어른이고 아이고 남자고 여자고 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누군가에게 부여된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놀이의 하나라는 걸 보여준다. 그의 요리에는 성공과 실패에 대한 강박이 존재하지 않는다. 때론 실패할 수도 있는 게 요리이고 그럴 때 긴급 처방으로 무엇을 넣으면 그나마 괜찮아진다는 꿀팁을 알려주기도 한다.

물론 백종원이 주도하고 있는 이 ‘요리의 대중화·일상화’가 자칫 요리라는 전문적인 영역을 지나치게 평가절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대중화’란 다른 식으로 바라보면 ‘상품화’로 변질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백종원에게 열광하는 건 적어도 그가 지금껏 요리를 하는 것에 대한 두 가지 편견을 깨주고 있기 때문이다. 요리는 특정한 누군가(특히 여성)가 해야만 하는 것이고, 그건 일이라는 편견. 그 덕분에 누구나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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