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서울 동대문구청 다목적 강당에서 열린 2014 50플러스 장년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10월 서울 동대문구청 다목적 강당에서 열린 2014 50플러스 장년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우리나라 5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기혼 여성이라면 대부분 자녀는 성장했고, 배우자는 퇴직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을 시기다. 어쩌면 이혼했거나, 사별했을 수도 있다. 루이스 A 틸리와 조앤 W 스콧은 영국과 프랑스의 역사적 경험을 분석해 여성노동사의 고전인 『여성, 노동, 가족』을 집필했다. 1987년 발간한 신판 서문에서 그들은 “모든 시기에서 여성의 다양한 노동은 변화된 조건에 대한 가족의 경제적 적응 전략을 나타낸다. 달리 표현하면, 여성(그리고 남성)의 노동은 한결같이 가족의 전략이었다”고 밝혔다. 여성이 임금노동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틸리와 스콧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여성의 노동이 가족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평생 일을 하던 사람들도 퇴직하기 시작하는 시점인 50대에 여성들이 다시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가족의 경제적 상황과 관련 있다. 그럼에도 재취업한 50대 여성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자신의 노동이 가족의 생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은근히 드러낸다. 한마디로 ‘내가 안 벌어도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아이들도 다 크고 시간이 남아서, 일하는 것이 좋아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사실이기도 하지만, 사실이 아니기도 하다.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은, 50대 여성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힘든 일을 지속하는 것은 그만큼 절실하게 그 소득이라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찬값이든, 학원비이든 그것은 생계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노동이 생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정말 생계형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수준의 저임금을 받고 일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노동시장에서 50대 여성이 재취업해서 최저생계비 이상을 벌 수 있는 일자리는 별로 없다. 2015년 현재 4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는 약 163만원이다. 그런데 2015년 현재 최저임금은 주 40시간 기준으로 할 때 약 116만원이다. 50대 여성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는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그 이하다. 따라서 대부분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일할 확률이 높다. 최저생계비도 못 버는데, 어떻게 생계형 일자리라고 할 수 있겠는가.

여성들이 50대에 이르기까지 전업주부로 살았든, 취업주부로 살았든 재취업 시장에 뛰어든 다음에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제한적이다. 50대 여성들이 직업을 선택하는가? 실제로는 직업이 50대 여성을 ‘선택’한다. 현실적으로 재취업하고자 하는 50대 여성이 자신의 경력과 적성을 고려해서 직업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취업하기 매우 어렵다. 반대로 50대 여성을 받아주는 몇 가지 제한된 직업 중에서 ‘선택’한다면 취업이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50대 여성을 ‘선택’하는 직업이 손에 꼽을 정도이며, 대부분 저임금 일자리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노인돌보미, 아이돌보미 등으로 불리는 돌봄 서비스 일자리이다.

현재 경제활동을 하는 50대 여성은 대부분 저임금·저숙련 일자리에서의 취업과 실업, 그리고 비경제활동 사이에서 이동을 반복하는 특징을 지닌 집단이다. 고용 형태를 기준으로 볼 때, 일용직이나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생계를 위해 상시적으로 구직활동을 한다. 따라서 최근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직업훈련을 받아서 보다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기도 어렵다. 물론 직업훈련을 받더라도 나이 때문에 ‘괜찮은 일자리’에 취업하기 어려운 것이 보다 적나라한 현실이다.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나이는 그 무엇보다 강력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구조가 변화하고,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현재의 인구구조를 볼 때 중장년여성의 고용 문제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따라서 중장년 여성들이 취업할 수 있는 다양한 직종을 개발하고, 전직 지원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는 모든 근로자가 어떤 일을 하든지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노동은 기본적으로 생계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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