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재 수단에 따라 제품 가격이 다르게 책정돼 있다. ⓒ박은영
결재 수단에 따라 제품 가격이 다르게 책정돼 있다. ⓒ박은영

가게에서 결제 때마다 항상 듣는 말이 있다. “결제는 카드로 하실 거예요? 현금으로 하실 거예요?” 백화점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서 이런 말을 먼저 듣는다. 신용카드로 하면 내야 할 돈이 더 많아지고, 현금으로 계산하면 신용카드를 낼 때보다는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런 계산 방식은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상인들 마음대로 정한 것이다. 신용카드로 계산하면 신용카드 가맹점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니 상인들은 소비자가 좀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현금가로 계산하기를 유도한다. 이러한 일이 당연하듯 벌어지는 곳은 지하상가 쇼핑몰이다.

필자는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경기도 안양·부평 등 지하상가로 쇼핑을 하러 간다. 지역은 달라도 카드 결제보다는 현금 결제를 유도하려는 상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옷 가게에는 ‘1만5000원(현금O, 카드X)’이라는 문구도 흔하다. 얼마 전 안양지하상가에서 옷을 구입하며 신용카드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점원이 “손님, 옷에 붙어 있는 가격은 현금 결제 시 가격이에요. 카드로 계산하면 10%가 더 붙는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물었다. 이 말에 당황해 가만히 있자, 점원은 “손님! 그러면 저기 앞에 가시면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이 있거든요? 거기서 현금으로 뽑아서 다시 오셔도 돼요” 하며 현금으로 계산하기를 유도했다. 

신용카드 가격과 현금가가 다르고, 이를 유도하는 것은 불법이다. 마음 같아서는 “저기요. 그렇게 카드 고객을 차별하고 불리하게 대하는 것은 불법인 거 아세요? 제가 국세청에 이 가게 신고하기 전에 똑바로 카드와 현금 가격 동일하게 책정하세요!”라고 말하는 당당한 소비자가 되고 싶다. 하지만 필자는 뻔뻔스러운 점원들의 행동에 맞서 적극 대응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가격을 신용카드와 현금 이중으로 책정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혼란을 불러온다. 소비자가 현금으로 계산한다고 해도 현금영수증을 주는 가게도 드물다. 현금으로 계산할 테니 현금영수증 해달라고 하면 판매원은 “현금영수증을 안 해드리는 대신 현금가로 저렴하게 해드리는 것”이라며 당연한 듯 말하기도 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이 사람들이 탈세를 하려고 이런 식으로 돈을 받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동이 하루빨리 바뀌었으면 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불편하게 하는 상점들의 행동은 처벌받아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세청 등 담당 기관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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