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 칼럼도 못 거르는 미디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여성혐오 칼럼도 못 거르는 미디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5.06.08 19:41
  • 수정 2018-01-08 1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웹진 ‘타이포그래피 서울’ 여성 혐오 칼럼 논란

웹진 ‘타이포그래피 서울’이 여성혐오적인 칼럼을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매체가 뒤늦게 해당 칼럼을 삭제하고 거듭 사과했으나 여론은 싸늘하다. 

타이포그래피 서울은 지난달 27일 신항식 한양대 초빙교수의 칼럼 ‘성 탈출세대, 여성주의, 다국적 기업’ 을 게재했다. 

해당 칼럼에서 신 교수는 영국 칼럼니스트 밀로 이아노플로스(Milo Yiannopoulos)의 말을 인용해 최근 “OECD 국가 전체를 관통하는 기이한 성 탈출 문화”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밀로 이아노플로스는 여성혐오, 동성애혐오적 발언으로 알려진 우파 저널리스트다.  

그는 “젊은 남자들이 여자를 슬슬 피하고 여자가 남자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는 편이다. … ‘성추행’, ‘폭행’ 한마디면 모든 죄를 남자에게 씌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장치다. 경찰서에 가도 남자가 죄고, 학교에서도 집안에서도 남자가 죄다”, “사회와 미디어가 웬만한 죄를 남자에게 덮어씌운다” 고 주장했다. 

또 여성운동은 “꼴페미”라며 “여성운동가들은 정상적인 남자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는 여인들이며 가족의 아픈 경험을 가졌다”고 했다. 또 인종이나 종교, 젠더 등을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면 더 강력히 처벌하도록 한 미국의 혐오범죄법(Hate Crime Law), 성추행 법규를 가리켜 “희대의 반 민주법”, “범죄방지가 아니라 사회를 통제하려 만든 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칼럼이 공개되자 “무지와 편견으로 가득한 혐오 칼럼” “여성차별·혐오를 공개적으로 표출한 글을 어떻게 여과 없이 게재할 수 있느냐” 등 비난이 쇄도했다. 

논란이 일자 타이포그래피 서울은 6일 해당 칼럼을 삭제하고 페이스북,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구체적 해명이나 사과 없이 "해당 글에 대한 의견은 신항식 교수가 수렴하고 답할 것"이라며 신 교수의 이메일 주소만을 남겨 “무책임한 해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혐오 칼럼 논란이 일자, 타이포그래피 서울 측은 6일 해당 칼럼을 삭제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렸다.
'혐오 칼럼' 논란이 일자, 타이포그래피 서울 측은 6일 해당 칼럼을 삭제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렸다. ⓒ타이포그래피 서울 공식 페이스북 캡처

8일 타이포그래피 서울은 공식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트위터에 다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매체는 사과문에서 애초 해당 칼럼이 ‘사회변화 속 디자이너의 역할’에 관한 글이라고 판단해 게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자에게는 “핵심 주제와 다른 맥락으로 보여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많은 분들에게 ‘혐오스럽다’는 표현을 들은 이상 더 이상 게재 유지를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해명해 논란을 일으켰다. 

 

타이포그래피 서울 측이 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사과문 ⓒ타이포그래피 서울 홈페이지 캡처
타이포그래피 서울 측이 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사과문 ⓒ타이포그래피 서울 홈페이지 캡처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칼럼 자체보다도, 글의 내용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 공개한 일이 더 문제”라며 “온라인상 파급효과가 큰 출판, 방송 등은 더 높은 수준의 인권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 여론이 발칵 뒤집힌 후에야 글을 삭제하고, 제대로 사과조차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같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황소영 타이포그래피 서울 편집장은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당 칼럼을 읽어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디자인에 얽힌 문화, 정치 등에 대한 글”이라며 “신 교수가 그간 타이포그래피에 기고한 칼럼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해 게재했는데 독자들을 불쾌하게 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한편 타이포그래피 서울은 한글 폰트 개발 전문 회사 (주)윤디자인연구소가 발행하는 타이포그래피·디자인 전문 웹진이다. 

신 교수는 한양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소르본대학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 인문대 수행인문학부에 초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최근 수업 중 ‘가족해체의 원인은 급진적 페미니즘과 동성애’, ‘이대 교수들은 꼴페미’ 등 발언을 해 2013년 한양대 총여학생회에 강의실 언어성폭력 사례로 신고당한 바 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