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계에 의한 상황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정의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최근 법원이 피해자의 적극적 거부 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로 강제추행에 대해 잇달아 무죄를 선고한 것과 관련해 “강제추행사건들이 상급심에만 가면 무죄로 판결되는 경향이 있다”며 “4%의 성폭력 신고비율은 신고해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에서 비롯된다”고 29일 지적했다.
지난 20일 항소심 재판부에서 무죄로 판결된 사건은 여성에 대한 폭행과 협박이 없었고, 그 여성이 잠든 척을 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의자를 유사강간이나 강제추행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또 속옷 차림으로 여직원에게 신체적 접촉을 요구했던 사장은 직접적 폭행과 협박이 없었고, 충분히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 실형과 달리 대법원에서 무죄를 판결했다.
정의당은 “적극적 거절 행위가 없었다고 해서 그것을 해당 행위에 대한 ‘동의’로 해석한다면 성폭력이 왜 일어나는가에 대한 판사들의 몰이해를 드러내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 사건에서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피의자의 부하 직원이었다는 점, 피해자가 입사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신입 직원이었다는 점은 성폭력적 상황에서 적극적 대처가 어려운 사회적 관계들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평등의 전화 2013년도 상담사례집에 의하면 직장 내 성희롱은 20대, 여성, 비정규직일수록 피해 사례가 가장 많다. 이는 근속연수가 짧고, 지위가 낮아 직장에서의 불이익을 받을까봐 부당 행위에 대한 대처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의당은 “피해자에게 저항했는지, 안 했는지에 따라 범죄유무가 성립된다는 것은 모든 인간이 동등한 위치에 있는 ‘개인’이라는 법의 잘못된 전제 때문”이라며 “현실에서는 그와 같은 ‘개인’은 없으며, 성폭력은 위계와 권력의 작동 속에서 발생한다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강제추행사건들이 상급심에만 가면 무죄로 판결되는 경향이 있다. 성폭력 신고율 4%는 신고해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에서 비롯된다”며 “이렇게 되면 범죄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로 성폭력이 인식되기보다는 일상에 만연한 ‘자연스러운’ 행위로 간주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법적 판결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성인지적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