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국제여성평화걷기(WCD) 대표단과 참가자들은 평화걷기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진데 대해 감격스러워했다.
남북관계가 빙하기를 맞은 가운데 한국전쟁 참전국을 포함해 세계 15개국 여성운동가들이 남북한 정부의 승인 아래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를 북에서 남으로 종단하고 남측 여성들과 민통선 철책을 걸으며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5월 24일은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인 동시에 5·24 대북 제재 조치가 내려진 지 5년째 되는 날이란 점에서 이번 평화걷기 행사가 갖는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세계사 속에서 여성들은 경계를 넘어 평화운동을 주도했다. 1970년대 북아일랜드를 황폐하게 했던 격렬한 정치적 갈등 종식을 도운 것은 여성이었고, 10여 년 전 라이베리아의 잔혹행위 중단을 외쳤던 사람들도 여성이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1991∼1992년 분단 이후 첫 남북 여성 교류였던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를 위해 남북 여성들은 판문점을 거쳐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판문점을 통한 최초의 남북 민간 교류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소떼 방북이 아니라 여성들이었다는 얘기다.
국제여성평화걷기 참가자들의 소회를 통해 평화걷기 행사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 북아일랜드 출신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메어리드 코리건매과이어=북한은 끊임없는 경제제재 속에서 여전히 전쟁 중이라 인권 보장이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 있다. 우리는 친북이 아니라 친평화다. (이번 방북에서) 북한 사람도 인류애와 인간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남북이 정전 협정에서 평화 협정으로 변화를 이뤄냈으면 좋겠다.
∎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 집행위원장을 맡아 1992년 판문점을 거쳐 북한을 방문했다. 그리고 23년이 흘렀다. 오늘 국제여성평화걷기 행사가 열린 걸 보니 뿌듯하면서도 통일의 여정이 멀고도 험한 것 같아 안타깝다. 얼어붙은 한반도 평화에 물꼬를 트는데 여성들이 힘을 모았으면 한다.
∎ 유승희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여성들의 발걸음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는 귀중한 씨앗이 될 것이다.
∎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국제여성평화걷기 행사를 계기로 남북한에 소통의 문이 열렸다. 분단을 고착시키고 통일을 막는 견고한 철벽에 미세한 금이 가기 시작했다.
∎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DMZ는 한반도 평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분단 70주년, 정전 62주년인 올해 세계 여성평화운동가들의 DMZ 종단은 역사적 의미가 남다르다.
∎ 최순영 전 국회의원=국적을 불문하고 여성들에게는 평화를 간절히 희구하는 어머니 같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 안김정애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전쟁과 군사주의라는 남성 문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이제 분단 이데올로기를 여성들의 힘으로 깨야 한다. 전쟁의 히스토리가 아니라 평화의 허스토리를 써야 한다.
∎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세계 여성평화운동가들이 걸어온 이 길이 평화의 길로 자리매김됐으면 한다. 남북 여성들도 언제든 이 평화의 길을 걸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전배자 한국YWCA연합회 실행위원=한 땀 한 땀 바느질해서 조각천을 잇대 거대한 조각보를 만들었다. 평화가 다시 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북한 어린이들에게 분유도 못 보내고 있다. 평화걷기 행사를 계기로 민간 교류의 물꼬가 터지길 염원한다.
∎ 진예진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학생=분단 70주년이 되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이 옅어진 것도 사실이다. 미래 세대인 우리가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동아리 친구 7명이 함께 국제여성평화걷기 행사에 참가했다.
∎ 서울 불광동 거주 임소현씨=여성은 생명을 살리고 돌보는 존재다. 또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폭력 대신 평화를 기원하는 여성들의 간절한 바람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