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 팟캐스트의 여성 차별·혐오 발언, 외국에서라면 어땠을까?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며 파격적 코미디에도 관대한 영미권에서 최근 일어난 유사 사건을 모았다. '옹달샘' 논란의 흐름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자.
사례 #1
작년 11월, 미국의 코미디언 아티 랭은 한 TV 프로그램의 여성 진행자를 두고 자신의 트위터에 음란한 농담을 올렸다가 ‘철퇴’를 맞았다. 그는 ESPN의 스포츠 토론 프로그램 ‘퍼스트 테이크’ 진행자 카리 챔피언을 두고 “그녀를 내 노예라고 하자. 나는 그녀를 채찍으로 때릴 것이다” “우리는 사생아를 낳고 결혼한다” 등의 트윗을 남겼다.
방송계는 즉각 대응했다. 아티 랭의 ESPN 방송 네트워크 출연은 영구 금지됐다. ESPN은 성명을 내고 “그(아티 랭)의 발언은 비난받아 마땅하며 누구도 이러한 혐오 발언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소중한 직원을 ‘코미디’라는 미명 하에 대상화하고 모욕했다”며 비판했다. 미국의 코미디 전문방송국 ‘코미디 센트럴’도 아티 랭의 출연 일정을 취소했다. 아티 랭은 자신의 SNS에 카리 챔피언에게 보내는 사과문을 올렸다.
사례 #2
같은 기간, ‘대퍼 래프스(Dapper Laugh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영국의 코미디언 다니엘 오릴리는 한 여성 관객에게 “강간당하고 싶냐”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큰 비난을 받았다. 그는 공연에서 “강간의 방법”이라며 “가게에 가서 밧줄과 강력 접착테이프를 사고, 그 X을 강간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진행하는 영국 ITV2의 코미디 프로그램 ‘대퍼 래프스 : 온 더 풀'에서 ‘여성을 유혹하는 법’이라며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비하하는 개그를 일삼은 것도 비난 여론을 키웠다. 6만여 명이 그의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 동참했고, ITV2는 해당 프로그램의 새 시즌 방영 계획을 취소했다.
업계 종사자들도 대퍼 래프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의 코미디언 리 컨은 ITV2에 공개서한을 보내 해당 방송이 “강간범의 일지”를 만들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TV 비평가 마이클 호건은 대퍼 래프스가 “한심한 멍청이에 가깝다”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후 다니엘 오릴리는 "대퍼 래프스는 사라졌다. 하지 말았어야 할 제 개그 때문에 상처 입은 이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사례 #3
최근 미국의 유명 정치풍자 프로그램 '데일리 쇼'의 새 진행자로 발탁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는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 로 몰려 방송 하차 압력을 받고 있다. 그가 과거 자신의 트위터에 유대인, 뚱뚱한 여성에 대한 혐오·비하가 섞인 개그를 수차례 올린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트레버 노아는 지난 1일 자신의 트위터에 짧은 해명 글을 올렸다. 그러나 미국 내 유대인 옹호단체인 AJC(American Jewish Congress)가 17일부터 그의 ‘데일리 쇼’ 하차를 요구하며 청원 운동에 나서는 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사례 #4
개그맨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는 2013년부터 팟캐스트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를 진행하며 ‘XX년’, ‘개보년’ 등 욕설과 함께 “여자들은 멍청해서 머리가 남자한테 안 된다” “처녀가 아닌 여자, 성 경험을 숨기지 않는 여자를 참을 수 없다” 등 발언을 했다. 특히 장동민은 자신의 코디네이터의 “창자를 꺼내 구운 다음 그 엄마에게 택배로 보내 버리고 싶다"거나, 자신이 괴롭힌 군대 후임이 자해를 시도하자 그를 군홧발로 찼다는 등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일부 청취자들이 방송 내용이 불편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후 ‘옹달샘’ 방송분은 모두 삭제됐다.
최근 장동민이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새 멤버 후보로 거론되며 다시 파문이 일었다. 장동민과 유세윤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진정성 없는 형식적 사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사과까지 했는데 비난은 그만하자” “장동민, 알고 보면 좋은 사람” 등의 이유로 이들을 감싸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후 장동민은 ‘무한도전 식스맨' 에서 자진 하차했으나, 기존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은 계속 진행하기로 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일부 시청자들은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의 KBS 방송 하차 요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도 넘은 ‘옹달샘’ 발언,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유'
“여성혐오 발언 장동민·유세윤·유상무, KBS서 퇴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