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미/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여유돈을 어떻게 불릴 것인가? IMF 이전까지만 해도 투자 대상으로
부동산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은 나라에
서 주택과 토지라는 한정된 자원의 상대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었고 또
한 과거의 경험법칙으로 볼 때 인플레를 감안한 수익률이 두 자리 수
가 될 만한 투자 대안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부동산 위주의 자산 보유자들이 유동
성 부족의 불이익을 호되게 겪었다. 게다가 은행은 망하지 않을 것이
라는 기대도 무너졌고 재벌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무너졌다.
그런 와중에 급락했던 주식시장이 급속하게 회복되면서 2배 벌었다, 3
배 벌었다는 사람들이 나왔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유동자금
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작년 하반기부터는 코스닥 시
장이 달구어지면서 10배-20배를 벌기 위해 코스닥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아직 코스닥 시장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해야 할 것인가?
코스닥 시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있다면 그것은 정보통신 관련
주식일 것이다. 한글과 컴퓨터의 주가는 작년 한 해 동안 70배가 상승
함으로써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하였고 작년말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5개 사가 모두 정보통신 관련 기업일 뿐만 아니라 이들 5개 기업이 코
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다. 코스닥 시
장의 첨단정보통신주들은 가치에 비해 과대평가되었는지 아니면 더 늦
기 전에 이들 기업에 투자를 해야 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사
람들이 많을 것이다.
주가가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반영하는 것인지 터무니 없이 과대평가
되었는지는 사후적으로 밝혀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사업 내용이나
실적이 거의 동일한 기업의 주식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느냐, 코스닥
에 등록되느냐에 따라 몇배 차이가 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 볼 필요
가 있다. 코스닥 시장은 수익률도 높지만 위험도 높아서 투자자의 판
단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첨단기술 기업의 미래 수익성 및 성장성을 제대로 평가한다는
것은 전문가의 경우에도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미국 MIT 대
학의 경제학자 폴 그루그만은 최근 뉴욕타임즈 기고에서 미국 나스닥
시장의 첨단기술 주식에 대한 과대평가는 피라미드식 투자사기와 비슷
하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결국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토빈이 말했듯이 좋은 주식이란 “미인대
회에서 뽑힌 미인”과 비슷한 개념이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즉
많은 사람들이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미인이 되듯이 주식도 많
은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주식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변덕을 부리게 되는 경우에 대비할 필요는 없
는가? 다른 사람들이 변덕을 부려서 해당 주식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빨리 수익을 챙겨 나오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내가 남들보다 더 빨
리 움직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더구나 개인투자자 비중이 90%를
상회하는 코스닥 시장 특성으로 볼 때 등락이 심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