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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홍심 현무, 유재언,변정수씨

“언젠가 지존파 사건이 났을 때 나는 ‘아마조네스파’를 생각하며 기분좋게 웃었다. 마누라 두들겨 패는 놈들 모조리 끌어다가 그 잘난 손모가지를 자근자근 꺾어버리고, 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며 여성을 희롱하는 놈들은 혓바닥을 뽑아 썩둑썩둑 잘라 버리는...그런 테러 집단이나 하나 나왔으면 속이 후련하겠다고.”(변정수)

“사람이 양서류도 아닌데, 암수한몸인가? 아니면 무성생식을 하는가? 어떻게 내 조상이 하나일 수가 있을까? 아버지는 나의 혈족이고, 어머니는 나의 혈족이 아니다. 성이 다르니까. 허∼정말 가족의 해체를 원하는 것은 오히려 부계혈통이 아닌가...”(홍심현무)

“왜 나는 명절 때 테레비만 보면 절라 열이 받을까? 문제는 그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명절에 대한 담소라고 하는 수준이 정말 못 들어주겠다 이 말이야. 울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탤런트 최불암 아자씨 말씀.‘저는 여성들이 명절 때 음식하는 것을 여성들만의 특권이라 생각했으면 해요...’최불암 아자씨, 그냥 입 다물고 계세요. 아자씨는 연기할 때가 멋있어요.”(유재언)

사이버 테러단 청소하는

‘분뇨처리원’

사이버 공간에서 여성의 편에 서서 발언하는 남성들의 글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그 가운데 우리에게 친숙한 글들의 주인인 ‘똥개’변정수(36), ‘붉은여우’홍심현무(29), 유재언(27) 씨는 그야말로 사이버에서‘여성주의를 옹호하는’ 남성 삼총사다. 이들은 주로‘호주제폐지를위한시민의모임’(antihoju.jinbo.net)과 의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네티즌 모임‘우리모두 커뮤니티’(urimodu. com)의 ‘I am a lesbian trapped in a man's body(나는 남자의 몸에 갇힌 레즈비언)’라는 소모임에서 활동중이다.

이들 삼총사는 자칭 사이버‘분뇨처리원’이다. 통신과 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을 돌아다니며 ‘마초(macho)’들이 싸놓은‘똥’을 치우는 게 자신들의 중요한 역할이란다. “여성들이 밥상을 차리고 있는데 남자들이 똥을 싸고 있다면, 같은 남성으로서 당연히 치워야 할 책임”이 있단다. 지난 군가산점제 폐지 논란때 세 사람은 바빴다. 여성들에게 무지막지한 사이버 테러를 자행하는 남성‘마초’들과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홍심현무, 유재언 씨 두 사람은 군필자다.

“군대제도 때문에 남성들이 희생을 당해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 책임을 여성에게 물어선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여성에 대한 남성 마초들의 주무기는 ‘성폭력’이었다. 글 내용을 문제삼기보다는 성적인 수치심과 모욕감을 안겨 여성 네티즌 공간을 초토화시켰다.“사회에선 매너 좋은 남자로 행세하지만, 통신 공간에선 익명성을 이용해‘야만성’을 드러내는”

마초들의 사이버 테러를 두고 볼 수 없었다. 변정수 씨는 “말이 안 통하는 마초들은 더 이상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풍자의 대상”이라며 ‘약을 올리는’스타일이다. 반면 홍심현무 씨는 ‘질근질근 짓이겨’똑같이 되돌려 주는 스타일이다. 그래서‘남성적 글쓰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글쓰는 방식만 다를 뿐 목적은 똑같다. 진보적인 체 하면서 파시스트인 사람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것.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전근대성 및 극우 파시즘”과 끝까지 싸우며‘마이너리티’로서 살겠다는 것이 이들 세 사람의 각오다.

'나는 남자의 몸에 갇힌 레즈비언'(97)이라는 에세이집 저자로 알려져 있는 변정수 씨는 10년 가까이 사이버 글쟁이로 활동해 왔다. 지난 해까지 '인물과 사상' 편집장으로 일하다 현재는‘토마토’출판사 편집장으로 있다. 대학때 가족들이 모두 미국으로 이민간 터라 현재 한국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그가 여성 문제에 관련해 발언하기 시작한 건 92년 캐텔(하이텔)의 ‘바른통신모임(바통모)’에서였다. 진보적인 통신 공간에 돌아다니다 보면 유독 여성과 관련해서 말도 안되는 글들이 많았다. 말도 안되는 마초들과 쌈박질을 하다 보니 생각도 많이 다듬어지고 정리됐다. 그렇게 5년 정도 쓴 글들을 모아 '나는 남자의...'을 출판했다. 지금은 잠시 한국을 떠난 고은광순 씨의 강권으로‘호주제폐지를위한시민의모임(호폐모)’의 운영위원 일을 하고 있다.

그의 대화명은‘똥개’다. “인권 후진국, 사람값이나 개값이나 그게 그거인 나라에 태어난 죄”로, 남자들만 사람으로 치는 나라에서 선천적으로 후천적으로 그 반열에 들지 못한 죄로 개란다. 게다가 성이‘변’씨라서 똥개다. 항상 그는 경계인으로 산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고향은 전라도이고, 심한 약시지만 그렇다고 시각 장애인도 아닌, 운동권에 한 번도 가담해 본 적이 없지만 그렇다고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는 그런 경계에 서서 살았다. 그래서 그는 ‘권력’이란 것을 생리적으로 싫어하는 ‘마이너리티’일 수밖에 없단다.

홍심현무 씨는 대기업에서 일하다 현재는 벤처기업 기획팀에서 일하는 샐러리맨이다. 인터넷을 하다 ‘호폐모’사이트를 알게 됐다. 처음엔 페미니즘이란 걸 잘 몰랐지만, 그래도 남성들이 잘 못하고 있다는 건 확신했다. “마초들의 논리를 반박하다 보니 논리가 딸려서 자료도 찾아보며 혼자 공부”도 했다. 사회에선 진보적이라면서 '조선일보'를 욕하는 사람들이 여성들의 공간에 와서는 조선일보와 똑같이 하는 마초들을 많이 봐았다.

그의 대화명‘붉은여우’는 남들이 싫어하는 이미지들의 조합이다. 막연한 레드컴플렉스에서 벗어나 혁명이 사소한 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교활하거나 간사하다는 의미보다 빠른 머리 회전으로 변하는 사회에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이름이다. 그는‘호주제 폐지 운동’과 함께‘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에도 열심이다.

유재언 씨는 올 2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취업 준비중이다. 그는 대학시절 음악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이념만 진보, 생활은 보수”인 사람들을 많이 지켜봤다. 행사때 3,4학년 고학번이라도 여학생은 음식을 나르고, 실력이 있어도 여자는 회장을 시키지 않는 동아리 관습에서 여성문제를 절감했다. 그러다 고은광순 씨의 시집 '어느 안티미스코리아의 반란'를 접한 것이 직접적이 계기가 돼 호주제 폐지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특수학교 교사로 있는 누나에게서도 많은 영향을 받아 소외된 사람,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이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단다.

이들은 자신들이 결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여성으로서 경험할 수 없고, 여성의 눈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원죄론적인 입장에다 이미 한계를 인정해 버린 듯하지만, 솔직하고 겸손하다. “그저 건강한 시민으로서 발언을 하고 있다”는 이들을 굳이 호칭하자면 페미니즘에 찬성하는 ‘프로 페미니스트(pro-feminist)’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호주제폐지’운동으로 획일적 가족제도 반대

‘호주제 폐지’운동은 여남이 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이슈라고 이들은 말한다. 호주제는 기본적으로 한 가지 삶의 양식, 가족제도를 상정한 제도이고, 획일적 문화와 전통, 관습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방식이 다르다고 왕따를 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성별을 떠나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중요한 운동 영역이라고.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입장에서 발언하는 세 사람에겐 애로가 많다.

같은 남성들에게 “너네 여자들한테 잘 보여서 뭐할래, 그러면 뽀뽀해 주냐?”, “너는 남자를 빙자한 여자다”, “고추 떼라” 등의 말을 듣는 것은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오히려 여성들이 “왜 니들이 주제 넘게 그런 발언들을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거나 마초의 소지가 있는 남성들의 발언에 대응하려는데 여성들이 나서서 말릴 때는 당황스럽다.

인간관계도 쉽지만은 않다. 남성문화에 익숙치 않아 남성들과 친할 수 없고, 또 여성들과도 생물학적인 벽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변정수 씨는 말한다. 그래서 이들 세 사람은 성별을 떠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논다. 홍심현무 씨는 처음에는 이중생활자였단다. 사회에선 남성문화에 맞추다가 사이버에선 자신으로 돌아오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젠 과감히 남성문화를 거부할 줄 안다.

세 사람 모두 현재 애인이 없다. 기존의 ‘연애’문법을 거부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들은 연애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최근 홍심현무 씨는 ‘호폐모’사이트에서 공개청혼을 받아 나머지 두 사람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그는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진리에는 변함이 없다고. 정말 생각이 맞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는 한 결혼 생각은 아직 없단다.

흩어져 일하고 모여서 ‘놀자주의’

이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뿐 아니라, 연장선상인 현실 공간에서도 해야 할 일들이 많다. 한국 마초들이 사이버에 올린 글들을 모아 곧 '사이버 성폭력 백서'를 발행할 계획이다. 매월 셋째 주 일요일 대학로에서 벌이는 호주제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도 지속할 것이다.

이들은 사이버 운동이 현실 운동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데 기여할 거라고 믿는다. 자기 직업을 따로 갖고 있으면서 시공간을 초월해 얼마든지 운동에 동참할 수 있고, 네트가 만들어준 공간에 쉽게 대중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운동의 대중화가 가능하다. 활발한 사이버 운동은 현실운동을 위축시키거나 소멸시키기보다는 현실 운동을 더욱 활발하고 다양하게 확산시키는 산파역을 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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