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작가라고? 나는 인간이 궁금하다”
“괴물 작가라고? 나는 인간이 궁금하다”
  •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5.02.25 06:40
  • 수정 2015-03-02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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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개봉, 꾸준한 인기… 『7년의 밤』도 영화화 “나는 문단의 아웃사이더”
간호사 출신 마흔한 살에 늦은 데뷔… 상위 1% 사이코패스 그린 『종의 기원』 집필 중

 

한국 문단의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인 정유정. 20대 내내 가장으로 살았다는 그는 “자신을 다 던질 수 있어야 성공이든 실패든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cialis coupon free discount prescription coupons cialis trial coupon
한국 문단의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인 정유정. 20대 내내 가장으로 살았다는 그는 “자신을 다 던질 수 있어야 성공이든 실패든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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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훌쩍 큰 키(171㎝)에 마른 몸을 감싼 빨간색 코트를 입고 정유정(49) 작가가 인터뷰 장소에 들어섰다. 작가의 모습에선 『7년의 밤』 『28』의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광기와 파괴, 그의 작품을 관통해온 잔혹한 리얼리티가 무색할 만큼 밝고 환했다.

“인간의 본성 끝까지 파헤치고 싶다”

요즘 한국 문단에서 가장 핫한 여성 작가를 꼽는다면 정유정을 빼놓을 수 없다. 신경숙과 공지영의 ‘위로 문학’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독자들을 흡인하고 있다. 독자들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서사와 이야기의 힘이 강렬하다. 그러면서 불편하다. 그는 또 충무로의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내 심장을 쏴라』가 여진구, 이민기 주연의 동명 영화로 개봉돼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고 『7년의 밤』도 ‘광해’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이 시나리오를 맡아 막바지 작업 중이다. 최근작 『28』도 영화화 판권 계약을 마쳤다.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촬영 현장에 직접 가서 밥차를 쐈다고 들었다.

“폐쇄된 임실 보건의료원에서 촬영했는데 미술이 사실적이더라. 소설 쓰느라 십수 년간 영화관에 안 가 사실 이민기씨 출연 영화는 보지 못했다. 여진구씨 비주얼은 진짜 소설 속 승민이다. 꽃미남 둘이 출연한다니 말 그대로 ‘생큐’ 하는 심정으로 지켜봤다.(웃음)”

-청춘에게 힘을 주는 소설이다.

“나는 굉장히 암담한 20대를 보냈다. 2남2녀 중 큰딸인데 엄마가 3년 반 동안 암 투병을 하다 돌아가시는 바람에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 20대 내내 밥벌이를 해서 가정을 책임졌다. 소설은 내 청춘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힘들지 않고 불안하지 않은 청춘은 없다. 그래도 자신을 다 던질 수 있어야 성공이든 실패든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닐까. 어둠을 건너온 선배로서 요즘 청춘들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었다.”

요즘 그는 내년 3월 출간을 앞둔 새 소설 『종의 기원』 취재에 열정을 쏟고 있다. 상위 1%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는 인간 프레데터(포식자)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 것은 이 문장 덕이다. “인간은 살인으로 진화했다.” 진화심리학을 정립한 학자 데이비드 버스의 말을 듣고 소설의 단초를 얻었다. 그는 “사실 악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인간의 본성을 끝까지 파헤치고 싶다”고 했다. “악은 스펙트럼이다. 어떤 사람은 악한 부분이 작고 어떤 사람은 악한 부분이 세다. 악이 가장 센 상위 1% 포식자가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이를 극대화해서 들여다볼 생각이다.”

 

정유정은 취재에 공을 들이는 작가에 속한다. 요즘은 내년 3월 출간을 앞둔 새 소설 『종의 기원』 취재에 열정을 쏟고 있다. 상위 1%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유정은 취재에 공을 들이는 작가에 속한다. 요즘은 내년 3월 출간을 앞둔 새 소설 『종의 기원』 취재에 열정을 쏟고 있다. 상위 1%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그는 취재에 공을 들이는 작가에 속한다. 새 소설의 초고를 끝냈고 보충 취재가 한창이다. 정신분석학, 범죄심리학, 사회심리학 등을 두루 공부하고 전문가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간 정유정이 가진 도덕관념과 규범을 다 무시하고 사이코패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행동해야 한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는 “이 소설을 쓰고 싶어서 오랫동안 공부를 했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악의 유전자가 수억 년 동안 쌓여오면서 호모사피엔스를 만들어온 건 아닐까. 새 소설은 그 유전자가 굉장히 센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는 인간이 오롯이 궁금하다. 저 사람은 어떻게 태어났기에, 어떻게 자랐기에 저렇게 됐을까. 그걸 쓰면서 사회비판적인 시선이 들어가는 쪽이다.”

소설을 쓸 때 그는 전사다. 전쟁터에 나가려고 완전무장하지만, 전쟁이 끝나도 상처뿐인 영광이다. 활활 불태우니 재밖에 남지 않는다. 그도 자신이 소진될 것을 뻔히 알았다. 소설을 끝낸 후 에베레스트를 등정할 계획을 일찌감치 세워둔 이유다. 요즘 복싱, 달리기 같은 체력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옥도를 걷는 듯 강렬한 소설의 힘

도시건축가 김진애는 ‘내 인생의 책’으로 『7년의 밤』을 꼽으며 정유정을 “괴물”이라고 칭했다. “오감도를 보는 듯 지옥도를 걷는 듯 늪처럼 질척거리고 깊이 모를 우물에 빠진 듯 깜깜한데, 그래도 자꾸만 빠져든다”는 것이다. “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소설의 맛을 다시 돌려준다”는 김진애의 상찬처럼 그의 작품이 소설의 힘을 느끼게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묘사된 소설이 불편해 슬그머니 책장을 덮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그는 “난 아름다운 이야기는 못 쓰는 작가”라며 웃었다. 작가가 낳은 분신들은 활화산 같은 광기와 욕망의 소유자다. 작가는 지옥문이 열릴 것 같은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 때 할 말이 생겨난다고 했다.

-독서 성향도 어두운지 궁금하다.

“불편하고 잔인한 이야기에 끌린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미저리』다.”

-소설 속 남자 캐릭터 중 가장 애정이 크게 가는 인물은.

“상처받은 사람들, 욕망과 지옥을 동시에 가진 사람들을 좋아한다. 『7년의 밤』의 현수 같은. 최고로 좋아하는 인물은 『28』의 사이코패스 박동해다. 박동해는 어린 친구다. 그래서 마음이 좀 안쓰럽다.”

그러면서 작가는 자신과 빼닮은 캐릭터로 『28』의 김윤주 기자를 꼽았다. 저돌성과 뻔뻔함, 무신경함이 거의 흡사하단다. 목표를 정하면 옆 사람도 돌아보지 않고 주변을 희생하며 돌진하는 작가를 빼쏘았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그의 별명은 ‘앞뒤 없는 전차’였다. 화가 나면 아무데나 마구 돌진해버리는 기질이 있었다. 맏딸인 그는 엄마의 분신이었다. 성격도, 외모도 엄마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엄마는 예뻤고 강인했다. 작가는 ‘엄마’라는 말을 읊조릴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작가의 길을 막은 것도, 작가가 된 것도 기실 엄마 때문이었다.

“엄마는 내가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상관없다고 하더라. 대신 사막에 던져놓아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생명력을 갖고 자기 인생을 꾸려갈 수 있게끔 강인한 여자로 살길 원하셨다. 엄마는 ‘힘들어요’ ‘아파요’ ‘못해요’라는 말을 가장 싫어했다. 이 말을 하면 매를 드셨다.”

외삼촌이 희곡을 힘들게 쓰다 일찍 죽는 모습을 지켜본 엄마는 딸이 작가가 되는 걸 결사반대했다. 문과를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여자로서 능력을 키운 다음 글쓰기를 하라고 강권했다. 그런데 맏딸은 정작 이야기꾼 자질을 타고난 아이였다. 할머니와 함께 천막극장에 다녀오면 아이들에게 서커스는 물론 변사의 이야기까지 자기 버전으로 재미나게 들려줬다.

-모녀가 충돌하진 않았나.

“어렸을 때 동생들과 싸울 때마다 ‘네가 엄마 대신’이라며 ‘다 양보해라’고 몰아치던 분이다. 고등학생 때 이름도 바꿨다. 본명이 중성적인데 붓으로 먹고 사는 이름이라니까 엄마가 결석재판을 했다. 엄마가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걸 아니까, 엄마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14년간 직장인으로 살았다.

“광주 기독간호대를 나와 간호사로 5년간 근무했고 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으로 9년 동안 일했다. 삥삥 돌아서 작가가 됐다. 문단의 아웃사이더인 셈이다. 하지만 글쓰기 공부만 하다 바로 작가가 된 것보다 많은 걸 경험한 덕에 오히려 시야가 넓어졌다.”

 

정유정은 2년마다 꾸준히 소설을 발표했고, 책을 내는 족족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는 “운이 좋았다”며 “이렇게 갑갑하고 살벌한 소설을 독자들이 사랑해주리라는 걸 누가 예측했겠느냐”고 했다.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정유정은 2년마다 꾸준히 소설을 발표했고, 책을 내는 족족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는 “운이 좋았다”며 “이렇게 갑갑하고 살벌한 소설을 독자들이 사랑해주리라는 걸 누가 예측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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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세월호 이야기 소설로 쓰고 싶다”

습작기 6년 동안 공모전에서 11번 탈락했다. 또 떨어지면 다신 글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곤 세계청소년문학상 공모전에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를 냈다가 합격 통보를 받았다. 고무장갑을 끼고 화장실에서 변기 청소를 하던 그는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는 “엄마 생각이 나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엄마를 잃고 엄청난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작가에겐, 글이 곧 모태였던 것 같다.

마흔한 살의 늦깎이 데뷔였지만 이후는 탄탄대로였다. 직장생활 하듯 2년마다 꾸준히 소설을 발표했고, 책을 내는 족족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는 “운이 좋았다”며 “이렇게 갑갑하고 살벌한 소설을 독자들이 사랑해주리라는 걸 누가 예측했겠느냐”고 했다.

남동생 친구인 두 살 연하 남편(광주소방학교 교수)은 무명 시절부터 그를 뒷바라지했고, 돈 관리에 무신경한 아내를 대신해 지금도 열심히 외조하고 있다. 그의 모성애도 남다를 것 같아 슬쩍 물었더니 뜻밖에 “난 모성이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외아들이 고1 때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을 때도 “그만두라”고 흔쾌히 대꾸했다. 작가는 “아들에 대한 집착이 없다”고 했다. 일본으로 유학 간 아들은 지금 오사카공대에 다니고 있다.

소설가 박범신은 작가를 한국 문단의 ‘아마존’(Amazon)으로 비유했다. 고대 그리스신화 속 여전사다. 선배 작가의 말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그는 웃었다. “나를 문단으로 이끈 스승님-세계청소년문학상 심사위원장이 박범신이었다-이 한 말은 ‘너는 죽을 때까지 네 삶과 맞붙어 싸워라’는 격려다. 감사히 받아들인다.”

소설이 힘을 잃은 시대지만 그는 믿는다. 소설은 세상을 바꾸지 못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은 바꿀 수 있다고. 작가로서의 목표도 하나다. 일정한 간격으로 일정한 수준 이상의 소설을 내놓는 것. 그는 늘 자신을 의심하고, 경계하고, 불안해한다. “퇴고할 때는 초고의 10%만 남아 있을 만큼 멍청한 작업을 한다”는 작가는 “전작보다 조금씩 나아진 소설을 늙어 죽을 때까지 쓰고 싶다”고 했다. 작가는 또 “세월호 이야기를 쓰고 싶다”며 “어린 생명들을 죽인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죽음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를 은유해서 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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