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자/국회 여성특위 정책연구위원

최근에 재혼을 앞둔 아이 하나 딸린 이혼녀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문제는 아이의 성(姓)이 재혼할 남자와 다르기 때문에 고민중인

데 ‘친양자(親養子)제도’가 언제부터 시행되는가를 문의하는 것이었

다. 지난해 말 마치 민법이 개정되어 여성들이 전남편의 자녀를 데리

고 재혼하는 경우 자녀에게 새 아버지의 성을 따르게 할 수 있는 ‘친

양자제도’가 도입된 것처럼 보도되는 바람에 이러한 혼란이 일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민법 개정안은 아직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이며, 5

월 말이면 제15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될 실정에 있다.

친양자제도의 제안은 최근 들어 이혼율과 재혼율이 급속히 증가하는

데 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최근 이혼 건수의 증가 추세를

보면 1990년 4만5천 건에서 98년에는 12만3천7백 건으로 불과 8년 사

이에 약 3배 정도가 늘어났으며, 재혼하는 여성들도 많아져 혼인 신고

를 하는 100명의 여성 중 10명 정도는 재혼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재혼이 늘어나는 이유는 서로 맞지 않는 결혼생활을 지속하기보다는

새출발을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인식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1977년 12월의 민법 개정을 통해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친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된 이후 자녀를 데리고 재혼하는 여

성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행법 상으로는 자녀들

이 상당한 심리적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도록 제도화되어 있다는 점이

다. 즉, 친부(親父)의 성(姓)은 바뀔 수 없기 때문에 재혼하는 남편의

성(姓)이 전남편과 다를 경우 자녀들은 같은 주민등록 상에서 아버지

와 성이 다르게 된다. 그래서 재혼을 하려거든 아이들을 위해서 전남

편과 같은 성의 남성을 택하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개정안으로 나와 있는 ‘친양자제도’에서는 7세 미만의 자녀를 데리

고 재혼하는 경우 친생부(親生父)와의 친족관계를 끊고 새로운 혼인에

서 출생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현행법에 비해 획기적

인 변화가 아닐 수 없으나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친양자의 나이

를 7세 미만으로 제한함으로써 7세가 넘은 자녀는 현재와 똑같은 문제

에 당면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7세 이상 취학아동의 경우

학적부상 성(姓) 변경이 초래할 행정적 혼란을 피하기 위하여 연령을

제한한 것이라고 한다. 7세 이상 아동의 인권과 행복추구권은 철저히

간과된 셈이다.

이제 몇 달 후면 새로이 선출된 국회의원들로 제16대 국회가 출범할

것이며, 민법 개정안은 다시 논의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서 새로이

논의되는 개정안에서는 재혼하는 여성들의 현실을 감안하여 친양자제

도의 대상범위를 확대하고 일정 연령 이상의 자녀들은 자신의 성을 선

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적극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여성들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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